곱닥한 제주 마을

바다와 바람이 만든 보물 마을,
구좌읍 김녕리
김녕리는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부(富) 하고 편안(平安)한 마을’이라는 뜻을 지녔다. 옛 이름은 ‘짐녕, 김녕’이다. 김녕(金寧)이라는 한자 표기는 고려시대 김녕현(金寧縣)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녕리는 현재 동성동, 신산동, 청수동, 봉지동, 용두동, 한수동, 대충동, 남흘동 등 8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구좌읍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제주 공감곱닥한 제주 마을 (아름다운 제주 마을)
바다와 바람이 만든 보물 마을, 구좌읍 김녕리
김녕리는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부(富) 하고 편안(平安)한 마을’이라는 뜻을 지녔다. 옛 이름은 ‘짐녕, 김녕’이다. 김녕(金寧)이라는 한자 표기는 고려시대 김녕현(金寧縣)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녕리는 현재 동성동, 신산동, 청수동, 봉지동, 용두동, 한수동, 대충동, 남흘동 등 8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구좌읍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김녕항이 보이는영등물 도대불 전망대

멈춰 선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봄꽃은 바람처럼 피고 졌다. 상큼한 새싹이 움트는가 싶더니 어느새 나무들은 초록을 감쌀 준비를 서두른다. 지난날이 돌아와 주기는 할까. 답답함이 지워지지 않는다. 봄의 싱그러움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다면 아쉬움이 덜할 텐데 입하가 지나고 계절은 이미 여름을 향해 서있다.
한차례 강풍과 먹구름이 휘몰아치더니 평온한 날이 찾아온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고 태양빛도 강렬하지 않다. 한적하게 바다를 걷고 싶다. 일주도로를 타고 쪽빛 바다와 맑은 하늘이 드넓게 맞닿은 구좌읍 김녕리 마을로 향한다.

김녕리 마을 초입, 해녀 마을을 알리는 상징탑이 보인다. 김녕리 마을이다. 멀리 김녕항이 보인다. 전망대로 바로 가자니 마음이 섭섭하다. 남흘동 정류소까지 걷는다. 사람이 없는 빈 밭 여기저기 보리를 수확한 흔적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벌써 보리를 수확할 시기구나. 빗장을 잠그고 지내는 동안 봄은 봄인 양 지나갔구나. 남흘동당을 지키고 있는 폭낭(팽나무)의 녹음이 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김녕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도대불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로 오른다. 속칭 영등물이라 불리는 김녕 바다와 마주한다. 바람이 불어서일까. 물결이 일렁이고 파도가 쏴아 밀려온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름과 초록, 바다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소리들이 마음의 찌든 내음을 쓸어준다. 오롯이 바다를 바라보다 전망대를 내려온다.

꼬마 해녀 삼총사가 먼저 눈에 띈다. 해녀 조형물인데 그 모습이 친근감 있고 귀엽다. 키 작은 꼬마 해녀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앉고 일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윤씨하르방당에 들어선다. 사각형 모양의 담이 산담처럼 낮게 둘려 있다. 담 안에는 마치 사람을 닮은 듯 혹은 동물을 닮은 듯 보이는 석상이 있다. 그 옛날 바다에서 출현했다는 미륵이다. 석상은 주민들의 소원을 받아주고 아픔을 같이 했다. 오랜 세월이 저절로 느껴진다.
  • 남흘동당 ↑남흘동당
  • 영등물 도대불 전망대 ↑영등물 도대불 전망대
  • 윤씨하르방당 ↑윤씨하르방당

마을 안길에 이어지는검은 돌담

  • 마을 안 돌담길 ↑마을 안 돌담길
  • 마농(마늘) 수확 모습 ↑마농(마늘) 수확 모습
  • 집으로 가는 해녀 삼촌 ↑집으로 가는 해녀 삼촌
  • 김녕서포구 가는 길 ↑김녕서포구 가는 길
한적한 해안 산책로를 잠시 벗어나 마을 안길을 걷는다. 김녕리를 걸으면 환해장성을 비롯해 옛 등대, 올렛담, 축담, 울담, 흑룡만리 밭담 등 여러 유형의 제주 돌문화 유적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 안길도 검은 돌담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강한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쌓여진 돌담은 높고 튼튼하다. 쉼터가 보인다. 사람이 없는 빈자리에 잘생긴 폭낭(팽나무) 하나가 훤칠하게 서 있다. 폭낭 옆을 지키는 소독통의 파란 색깔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마을 삼촌들이 요새는 무슨 농사를 짓고 있는지 사뭇 궁금하다. 길을 걷다 보니 밭에는 마농(마늘)이 많이 심어져 있다. 올레 안에 마농종 말리는 풍경도 간간이 보인다. 쉼터에 잠시 앉는다. 멀리서 동네 삼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해녀 삼촌들이다. 물질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등에 짊어진 자루의 무게가 조금은 버거울 만도 한데 웃음꽃이 지지 않는다. 마치 ‘삶은 이런 거다’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마을 안 구불구불 이어진 검은 돌담길을 걷고 걷다가 다시 바다로 향한다. 바다 앞을 바라보는 빈 의자들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지난해 계절을 생각하니 전에 없이 바다가 쓸쓸하다. 김녕 서포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신비로운 바닷속용천수 청굴물

남흘동 아래 바닷가로 한수해로 불리는 김녕 서포구는 올레길 20코스 출발지다. 여행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스탬프를 찍으며 설레는 모습에 더불어 행복감을 느낀다. 안내판에 적혀 있는 김녕리의 역사를 읽는다. 김녕리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 동김녕리와 서김녕리로 분리되어 주민들이 갈등을 겪었고 2000년에 다시 하나의 마을로 통합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바다를 따라 걷는다. 용천수 청굴물로 향하는 길, 바당질(바닷길)이 보인다. 바닷물에 조금 잠기긴 했지만 바다로 향해 나 있는 길의 모습이 또렷하다. 지금쯤 청굴물에도 물이 차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두르지 말자. 허락된 인연이라면 맑은 물이 용출되는 청굴물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바당질을 걷는다. 끝까지 갈 수가 없다. 바닥에 구부려 앉아 넘실대는 바닷물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 소리 참 좋다. 황급히 길을 가는 삼촌의 모습에 덩달아 몸을 움직인다.

‘삼촌 청굴물 가려면 어디로 가야 돼 마심’
‘청굴물, 나 따라오라 거기 잘도 멋진 곳이여’
‘아직도 동네 삼촌들이 청굴물을 사용햄수광’
‘옛날에는 빨래도 허고 목욕도 해신디 이젠 안 해,
겅해도 여름엔 사람들이 목욕허래 온다. 저짝(저기)에 가면 있져’

  • 김녕서포구 ↑김녕서포구
  • 청굴물 ↑청굴물
  • 청굴물 ↑청굴물

담벼락 미술관김녕금속공예벽화

  • 성세기포구 ↑성세기포구
  • 김녕 옛 등대 ↑김녕 옛 등대
  • 김녕금속공예벽화 ↑김녕금속공예벽화
모랫발물, 고냥물, 게웃샘물, 청굴물 등 해안 마을 김녕리에는 용천수가 많다. 그중 청굴물은 맑고 차갑기로 유명하다. 여름철이면 김녕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마을에서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모여들어 주변에 이삼일씩 머물면서 물을 맞고 가던 물이다. 새삼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해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할머니는 나와 형제들을 데리고 물을 맞으러 다녔다. 할머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어르신이 성큼 다가온다. 물을 한 번 보더니 익숙한 자세로 우미를 채취하기 시작한다. 우미가 나는 철이구나. 고개를 들어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인 조간대를 본다. 누군가가 부지런히 우미를 채취하고 있다.

고기잡이배들이 무사 귀환을 위해 성세기 포구를 지켜왔던 옛 등대의 모습이다. ‘나는 김녕의 해녀입니다’ 글귀와 해녀 벽화도 보인다. 김녕리 서포구에서 성세기 해변까지 이르는 담벼락에는 숨은 그림처럼 금속공예벽화가 설치돼 있다. 해녀, 청굴물, 돗제 등 벽화는 김녕리 주민들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말해준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담벼락에 붙은 벽화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빨간 등대가 보인다.

화려하지 않아 더 찾게 되는 마을,김녕리

성세기 해변을 바라본다. 바다는 맑고 하늘은 더 없이 푸르다. 하얀 모래가 곱게 펼쳐진 해변은 파도 소리마저 고요하다. 그 침묵에 잠시 눈을 감아 본다. 복잡한 생각들을 날려버린다. 방파제 바닥에는 홀로 생각에 잠긴 누군가가 바다를 뚫어져 바라본다. 빨간 등대 앞에는 사람들이 즐거운 추억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한다. 하얀 모래 위에는 엄마와 어린 소녀가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일상의 회복을 바라며 우두커니 서서 김녕리 바다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그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옥빛 바다와 검은 돌담 그리고 바람 소리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곳, 분주하지 않아 한적하게 걸을 수 있고 화려하지 않아 더 찾게 되는 곳 김녕리 마을이다.
바람 소리의 어울림이 아름다운 곳, 화려하지 않아 더 찾게 되는 곳 김녕리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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