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DC Topic삼다소담이 만난 사람들

삼다소담이 만난 사람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간 ‘삼달다방’ 다방지기, 이상엽을 만나다
다방이 아니지만 누구에게든 커피를 내어놓는 곳. 장애인, 비장애인이 구별 없이 어우러지는 문턱 없는 공간. 나이와 성별, 인종과 국적, 종교와 성정체성 등이 배제의 이유가 되지 않는 열린 장. 모두 ‘삼달다방’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이다. 누구든 그 어떤 이유로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이곳의 다방지기 이상엽 공동대표를 만나 제주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삼달다방의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편집실 사진정익환
편집실 ‘삼달다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상엽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에 관심이 많았어요. 회사의 홍보 책임자로 근무하며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기획하면서 장애인·아동·여성들과 차별받는 존재들을 지원해왔었죠. 2015년 제주도 출장길에서 우연히 지금의 삼달다방 터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무척 편안한 기분을 느꼈어요. 아내에게 이 땅을 사면 좋겠다고 말했고, 자금은 제 퇴직금으로 마련하기로 했죠. 그렇게 회사를 떠나 1년의 구상 끝에 지금의 삼달다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취재진을 반기는 삼달다방 ↑취재진을 반기는 삼달다방
  • 벽면 가득 채운 방문객들의 메시지 ↑벽면 가득 채운 방문객들의 메시지
  • 삼달다방 문화동 입구 ↑삼달다방 문화동 입구
  • 도서관이자 공연장이자 토론장인 문화동 ↑도서관이자 공연장이자 토론장인 문화동
편집실 ‘기분’만 믿고 내린 결정이라기엔 너무 큰 결심 아닌가요?
이상엽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일은 사람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이었어요. 그러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을 때 누구보다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준 사람은 바로 저의 아내 박옥순 씨입니다. 그녀는 30년이 넘도록 장애인 차별금지와 탈시설 운동의 맨 앞자리에서 활동해온 활동가이기도 하죠. 그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오케이, 좋아요”인데,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오케이’라고 불러요. 어떻게 보면 제 결정이 터무니없고, 허황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오케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케이”를 해줬고, 지금도 제 곁에서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 손 꼭 잡은 삼달다방 다방지기 이상엽, 박옥순 부부
↑두 손 꼭 잡은 삼달다방 다방지기 이상엽, 박옥순 부부
편집실 ‘사람을 잇다’라는 공간의 가치는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건가요?
이상엽 개인은 절대 혼자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확장되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다면 더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가령 발달장애 아동의 돌봄을 위해 비슷한 환경의 부모들이 연대해서 공동 돌봄을 하는 방식처럼요. 공동체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졌을 때 우리의 공동체,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일도 중요하고요.
편집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점에서 단절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 ‘연결’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상엽 여행은 일상과의 분리에서 시작되죠. 제주도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좋은 여행지 중 하나에요. 공간적으로도 완벽히 분리되고,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육지와 다른 언어, 문화가 주는 낯섦이 있거든요.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요.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틀에서 상호 연결될 수밖에 없거든요. 또 사회적 활동가들 간의 연대, 연결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힘인데, 이 역시 제주와 육지를 이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연대와 연결의 가치를 말하는 이상엽 다방지기
↑연대와 연결의 가치를 말하는 이상엽 다방지기
편집실 이제 삼달다방을 운영하신 지도 10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상엽 이곳을 시작하기 전에, 직장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하던 당시에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나눠준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삼달다방’에서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조력을 받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의 힘으로 이끌어와진 것이 아니에요. 많은 부분들이 사람들의 연결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당장 이 건물을 지을 때에도 주민분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고요. 저희는 쌀, 커피, 술을 거의 사지 않아요. 이곳에 머물며 밥을 잘 먹고 갔다면서 쌀을 보내주시고, 냉장고에 술이 떨어진 것을 보고 채워 넣어주시기도 해요. 명색이 다방이니 커피는 떨어지지 말아야지 하며 보내주시는 분도 계세요. 정말 모든 것이 많은 분들의 지원 속에 꾸려나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 마음이 끌려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순간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손수 가꾼 공간에서 한 컷
↑자신이 손수 가꾼 공간에서 한 컷
삼달다방 이야기를 담은 책
↑삼달다방 이야기를 담은 책
편집실 앞으로 제주도라는 공간을 위해 ‘삼달다방’이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이상엽 평등한 사회로 가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제주 밭담이나 돌담처럼 살아가면 좋겠다고요. 서로 다른 모양의 돌들이 서로 지탱하면서 담이 되는 것처럼 지역사회나 공동체가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연대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 밭침, 담이 필요한데, 그런 지역사회가 될 수 있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글귀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글귀들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글귀들
편집실 끝으로 ‘삼달다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상엽 연결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지금도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나 놀 수 있는 ‘생태놀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사회로의 가치를 고민하는 방향을 가져가고 있어요. 앞으로는 조용히 건강을 돌보고 싶거나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공간도 만들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가치를 확장해나가고자 합니다. ‘삼달다방’에서 머물다가 놀다가 걷다가 문득 공동체를 위한 생각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언제든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겠습니다.
  • 위치 :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신풍로 95-24 삼달다방
  • 문의 : 010-2565-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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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쉼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픈 두 부부
↑언제든 쉼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픈 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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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7 June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