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닷가 갯바위 틈새와 수심 얕은 곳에서 자라는 전복은 뭍의 그것과는 맛과 모양뿐만 아니라 질감 등이 확연히 다르다. 특히 제주의 전복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참전복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딘데다 거센 해류를 견디면서 자라기 때문에 힘이 좋다. 그래서 다소 억세다고 할 만큼 식감이 찰진 편이다. 전복의 식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전복 회만한 것이 없다. 갓 잡아 올린 전복을 만난다면 그 자리에서 내장을 떼어내고 듬성듬성 썰어 한 입 베어 물어보라. 오독거리는 식감과 담백한 풍미가 입 안에 가득 퍼진다.
제주 전복은 유독 그 크기가 크기 때문에 구웠을 때 풍미가 더 폭발한다. 커다란 전복에 칼집을 내고 통째로 구워내면 회로 먹었을 때 오독거리는 식감은 사라지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감칠맛을 즐길 수 있다. 식당에서 구이를 주문하면 구울 때부터 버터나 마늘을 첨가해 고소한 풍미를 더욱 높여주기도 하지만 곳에 따라서는 구이와 버터를 따로 내어 취향에 맞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어떻게 먹더라도 제주 전복으로 만들기 때문에 비린내가 안 나면서도 뒷맛까지 구수하고 깔끔하다.
전복은 회나 구이로도 먹지만 내장까지 넣어 질펀하게 끓여낸 전복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중 하나다. 전복 내장을 넣은 물에 불려 오래 끓인 쌀 위에 작게 다진 전복 살이 푸짐하게 올라간 전복죽은 언제 먹어도 든든한 영양식이다. 전복 특유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는데다 식감 또한 부드러워 전복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