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선물이 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옛날 물이 귀했던 제주의 환경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힘을 합쳤던 제주의 공동체 문화를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이 사는데 있어 물이 필수인 만큼 물을 길어오는 일은 제주 사람들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물 긷는 일도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닷가 가까이에서 용천수가 나오니 무거운 물동이를 들고 보통 1~2km를 이동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바람 많고 돌 많은 제주에서 그 물동이를 들고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주 특유의 물 옹기인 ‘물허벅’은 공 모양의 둥근 항아리로 주둥이 부분을 병처럼 좁게 해 흔들려도 물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했다. 전통적인 물 긷는 모습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나르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는 돌이 많고 바람이 많아 사람이 넘어지거나 바람에 쓰러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등에 물허벅을 짊어지게 했다. 대나무로 짠 바구니인 ‘물구덕’에 물허벅을 넣고, ‘물배’라는 끈으로 짊어지기 편하도록 연결했다.
이렇게 물을 긷는 일이 어렵다보니 물을 많이 쓰게 되는 동네 잔치가 열리거나 상을 치를 때에는 가족들만으로는 필요한 물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웃들이 나서서 물을 길어다주는 ‘물부조’라는 풍습이 생겼다. 곡식을 보태거나 음식을 해주고 돈을 보태는 것은 물론, 가장 필요한 물을 길어다 주는 것으로 부조를 대신한 것이다. 그 마을에 사는 여성이라면 물허벅으로 물을 2번에서 5번까지 길어다 주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었다고 한다. 주로 결혼이나 초상, 혹은 집짓는 일 같은 큰일이 닥친 집에 물 부조를 했다. 이렇게 큰일을 치를 때 공동체가 나서 서로 돕는 것을 제주어로 ‘수눌음’이라고 한다. 육지에서 말하는 품앗이와 같은 의미이지만 보다 끈끈한 제주의 공동체 문화가 담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