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닥한 제주 마을

풍요로움이 흐르는 홍로 마을,
서홍동
서홍동의 옛 이름은 홍로(烘爐)이다.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진 마을의 형세가 마치 화로 모양 같다고 해서 홍로라고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귀포 시내 중심에 자리한 서홍동은 서귀포시청이 위치한 행정 중심지로 솜반천, 지장샘, 하논, 먼나무 등 서홍 8경이 유명하다. 특히 대학 나무라고 불리며 척박한 제주에 풍요로움을 안겨준 온주 감귤의 최초 재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제주 공감곱닥한 제주 마을 (아름다운 제주 마을)
풍요로움이 흐르는 홍로 마을, 서홍동
서홍동의 옛 이름은 홍로(烘爐)이다.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진 마을의 형세가 마치 화로 모양 같다고 해서 홍로라고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귀포 시내 중심에 자리한 서홍동은 서귀포시청이 위치한 행정 중심지로 솜반천, 지장샘, 하논, 먼나무 등 서홍 8경이 유명하다. 특히 대학 나무라고 불리며 척박한 제주에 풍요로움을 안겨준 온주 감귤의 최초 재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물,용천수 지장샘

두 계절이 지나갔다. 기고만장했던 여름이 끝나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문턱에 서 있다.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걷고 싶어지는 마을 서홍동을 향해 길을 나선다.
서홍동에 가면 지장샘물을 한 번은 봐야 한다. 예부터 홍로 마을, 서홍동은 지장샘물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농사가 잘됐고 풍요로웠다. 마을 수맥의 근원지인 지장샘에는 오래된 전설이 내려온다. 고려 예종 때 송나라 왕이 고려에 큰 인재가 태어날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풍수에 능한 호종단을 제주로 보내 수맥을 끊으려 했다. 홍로 마을의 한 농부가 호종단으로부터 쫓기고 있는 백발노인을 숨겨주었고, 호종단이 수맥 찾는 것을 실패하고 떠난 후 백발노인은 사라지고 헹기물만 남아 있었다. 농부가 물을 그 자리에 부었더니 계속해서 맑은 물이 솟아났는데 그 물이 바로 지금의 지장샘물이 되었다고 한다.
지장샘은 항상 물이 양이 그대로인 양 조용히 흐른다. 물이 맑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달라짐이 없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마라. 지장 샘물만큼만 살라’는 말이 전해온다.
두 발은 무의식 속에서도 지장샘로를 따라 걸어간다. 큰 표지석이 멀리서도 잘 보인다. 샘가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샘물 가까이 다가간다. 수심 얕은 물이 새소리와 어울리며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
지장샘가마을 전경
↑지장샘가마을 전경
지장샘
↑지장샘

‘제주화, 폭풍의 화가’변시지 그림 정원

물가에 서서 주위를 살펴본다.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마을 안은 조용하다. 지장샘 주변으로 감귤 과수원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제철을 기다리며 익어갈 준비를 하는 진초록 감귤이 탱글탱글하다. 어느 순간 입 안 가득 시고 달콤한 향이 번진다.
그늘에 앉아 물소리를 한참 듣다 일어선다. 산을 넘어오느라 서둘렀던 마음이 풀린다. 지장샘로를 빠져나와 현청로를 향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고추가 반가워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 옆으로 일찌감치 나와 밭일을 하고 있는 삼촌이 보인다. “삼촌 밭에 뭐 심는 거 마심” “조금 늦은 거 같은데 겨울에 김장할 무 심는 거, 아침 일찍 어디에서 온 거?” “제주시에서 지장샘도 보고 하논도 가보젠 넘어와수다” 삼촌은 산을 넘어온 낯선 객을 반가워한다.
현청로에 들어선다. 2015년 우성 변시지 화백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 변시지 그림 정원을 찾아간다. 제주 풍경을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낸 변시지 화백은 서홍동 태생으로 ‘제주화, 폭풍의 화가’로 불린다.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에는 화백의 그림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추모 공원을 걸으며 조각상과 돌에 새겨진 그림들을 살펴본다.
  • 겨울무를 파종하는 삼촌 ↑겨울무를 파종하는 삼촌
  •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고추밭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고추밭
  • 변시지 그림 정원의 작품 ↑변시지 그림 정원의 작품
  • 화가 변시지 동상 ↑화가 변시지 동상

서홍동의 신목 먼나무와흙담솔 군락지

마을 안 길 한가운데에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 먼나무가 서 있다. 먼나무는 보호수 지정 당시 수령이 170여 년으로 추정되고 있고 영험이 있는 신목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들이고 싶을 때면 아마도 이 나무를 찾아갔을 것이다.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오랜 세월 푸르름을 지켜왔을 먼나무에게서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늙어가는 나무 앞에서 홀로 숙연해진다.

먼나무 가까이에 옛 현청 터임을 알리는 표식이 보인다. 옛 홍로현의 현사가 위치했던 곳에 잠시 들러 표지석을 읽어 내려간다. 표지석에는 홍로현이 고려 충렬왕(1300년) 때부터 조선 태종(1416년)까지 약 116년 동안 속현이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현청로를 빠져나와 흙담솔 군락지로 향한다. 마을 형세가 화로 모양인 탓에 서홍동은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불은 물로 막는다는 풍수의 이치에 따라 둑 모양의 흙담을 쌓아 물이 고이는 형국을 만들고 1910년에 흙담 위에 소나무를 심어 화기를 눌렀다고 한다. 백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소나무 군락지는 서귀북초등학교의 울타리 역할을 하며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 먼나무 ↑보호수로 지정된 고목 먼나무
  • 옛 현청 터에 있는 홍로현 표지석 ↑옛 현청 터에 있는 홍로현 표지석
  • 흙담 위에 소나무를 심은 흙담솔 군락지 ↑흙담 위에 소나무를 심은 흙담솔 군락지

오랜 세월 푸르름을 지켜왔을 먼나무에게서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천지연 폭포의 원류,생태 하천 솜반천

솜반천은 서귀포시 시내 중심을 흐르고 있는 생태 하천으로 천지연 폭포의 원류이다. 선반내, 솜반내로 불리던 솜반천은 2003년 자연생태 하천으로 조성되면서 지명을 솜반천으로 통칭하고 있다. 옛 문헌에는 홍로천, 연외천으로 표기되어 있다.
솜반천은 송사리, 다슬기 등 수중 생물들이 서식하며 백로, 원앙 등 조류들이 찾아온다. 괴소, 풍뎅이소, 고냉이소, 도고리소, 도암소, 종남소 등 여러 개의 용천수가 솟아나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른다. 물의 깊이도 깊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어 모두에게 환영받고 있는 도심 속 힐링 명소다.
경쾌한 물소리가 들린다. 서홍2교 다리 너머로 보이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하천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다. 청량감이 밀려든다. 물속을 바라본다. 바닥에 깔려있는 자갈들이 훤히 보인다. 역시 깨끗하다.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아빠와 산책을 나온 어린 꼬마의 모습이 마냥 즐겁다. 인공 수로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 생태하천 솜반천 풍경 ↑생태하천 솜반천 풍경
  • 솜반천에는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른다 ↑솜반천에는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른다
  • 인공수로의 맑은 물 ↑인공수로의 맑은 물

이야기보따리가 가득한 마을서홍동

솜반천을 나와 하논 분화구 방문자 센터까지 걷는다. 일찍 온 여행객이 전망대에서 분화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논은 한반도 최대 미르형 분화구로 지금부터 약 5만~7만 6천 년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대 생물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는 하논은 최후 빙하기 동아시아의 기후 변동과 생물을 연구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소중한 곳이다.
하논은 큰 논을 의미한다. 바닥에는 용천수가 솟아난다. 논벼를 키울 수 있는 땅이 거의 없었던 제주에서 하논은 논농사가 가능했던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약 500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감귤 과수원 너머로 보이는 분화구는 예상대로 초록과 노란색의 벼로 덮여 있다. 금세 샛노랗게 익은 벼가 분화구를 가득 채울 것이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지장샘물부터 분화구 하논 습지까지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이야기보따리가 가득한 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넉넉해지는 서홍동이다.
하논
↑하논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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