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닥한 제주 마을

한라산 남녘 앞자락에 자리한
감귤 주산지, 효돈동
효돈동은 서귀포시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로 신효동과 하효동 두 개의 법정동이 있다. 한라산 남녘 바로 앞자락에 위치한 효돈동은 매서운 서북풍 바람이 불지 않아 겨울에도 기후가 따듯하다. 동쪽으로 남원읍 하례리와 경계한 곳에는 한라산에서 발원한 효돈천이 흐르고 있어 물 또한 풍부하다. 무풍지대, 온화한 기후, 풍부한 물과 더불어 예부터 땅이 비옥해 사람이 살기 좋고 맛있는 효돈 감귤로 유명하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제주 공감곱닥한 제주 마을 (아름다운 제주 마을)
한라산 남녘 앞자락에 자리한 감귤 주산지, 효돈동
효돈동은 서귀포시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로 신효동과 하효동 두 개의 법정동이 있다. 한라산 남녘 바로 앞자락에 위치한 효돈동은 매서운 서북풍 바람이 불지 않아 겨울에도 기후가 따듯하다. 동쪽으로 남원읍 하례리와 경계한 곳에는 한라산에서 발원한 효돈천이 흐르고 있어 물 또한 풍부하다. 무풍지대, 온화한 기후, 풍부한 물과 더불어 예부터 땅이 비옥해 사람이 살기 좋고 맛있는 효돈 감귤로 유명하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서국돌의 전설이 전해오는‘월라봉’

  • 월라봉 전경 ↑월라봉 전경
  • 월라봉 산책로 ↑월라봉 산책로
  • 감귤박물관 전경 ↑감귤박물관 전경
하얀 감귤 꽃이 피고 졌다. 봄의 시간을 지나 여름으로 성큼 다가간다. 조금만 걸어도 더운 열기가 온몸에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길 나설 채비를 하고 한라산을 넘는다. 감귤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효돈동 마을로 향한다. 효돈(孝敦)동은 소가 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우둔(牛屯), 쇠둔으로 불리다가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사는 마을로 ‘효가 도타운 땅’이란 의미의 효돈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효돈동 마을에 도착하니 월라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월라봉은 달빛이 동쪽으로 솟은 봉우리를 훤히 비춘다고 해서 ‘달암(월암, 月岩)’ 또는 ‘다라미’라고도 불렸다. 월라봉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오밀조밀한 마을 안부터 바다의 수평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한라산도 가깝게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이라 길은 한산했다. 빠르게 월라봉을 향해 걷는다. 감귤 꽃은 다 떨어졌지만 돌담 너머로 감귤나무 향이 그윽하다. 서국돌의 모습이 보인다. 월라봉의 거대한 돌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오래전 서국이 아름다운 부인과 아기를 낳고 월라봉 돌 밑에 있는 굴에서 행복하게 살았는데, 서국의 벌이가 어렵게 되자 서국 부인은 애기(아기)업개에게 애기를 보게 하고 품삯 일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국 부인이 여러 날 관가의 잔치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굴 밖에 애기업개가 애기를 업은 채 돌로 변해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서국 부인도 빈 구덕을 찬 채 돌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서국돌의 전설은 월라봉의 애기업개돌, 구덕찬돌, 서국굴, 땅동산과 연관된다. 월라봉 기슭에 있는 돌들의 생김새는 언제 봐도 기이하다. 돌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아침 운동을 위해 산책로를 찾은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월라봉 정상 바위에 올라 마을과 바다를 조망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포제단을 살펴본 후 산책로를 내려온다.
애기업개돌과 구덕찬돌 → 애기업개돌과 구덕찬돌

돌담과 팽나무가 아름다운 마을‘안 골목’

마을 안 골목을 가기 전, 감귤박물관 주변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본다.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월라봉과 돌담 그리고 감귤나무 향을 옆에 끼고 마을 안 골목길을 향해 걷는다. 검은 돌담 사이에 나팔꽃이 시들고 있다. 날이 더웠던 모양이다. 조금 더 걸으니 산수국이 별처럼 활짝 피어 있다. 나도 모르게 파란 기운에 흠뻑 빠져든다.
큰길을 지나 마을 안 골목을 들어가니 그리던 풍경이 앞에 펼쳐진다. 울담과 과수원담이 부드럽게 곡선을 탄다. 검은 돌담이 골목길이 되어 이어진다. 이 골목길의 오랜 터줏대감인 팽나무가 초록 잎을 품은 채 쉼터를 지키고 있다. 골목 안으로 더 걸어간다. 뒤를 돌아본다. 마을 안 골목 중경에 팽나무가, 멀리 원경에 한라산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보는 안 골목 한라산 풍경에 평온한 기운을 느낀다.
높은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시야를 가리기 시작하면서 마을 안 골목길에서 제주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마을을 걸을 때마다 늘 아쉬웠다. 안 골목을 찾아 걸으면서도 새로운 도로와 건물들로 옛 모습은 보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울담과 과수원담은 아름다운 골목길의 모습을 지키며 마을 안과 밖 모든 것에 이어지고 있었다. 제주의 길이다. 어느새 골목길 위에서 어릴 적 향수에 젖어 든다.
마을 안 골목
↑마을 안 골목

조선시대 정의현 서과원‘우둔 과원터’

  • 하귤나무와 울담 ↑하귤나무와 울담
  • 텃밭과 허수아비 ↑텃밭과 허수아비
  • 우둔 과원터 표지 ↑우둔 과원터 표지
울담 너머로 하귤나무가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과수원담 안에는 감귤나무 잎사귀가 무성하게 크고 있다. 골목길과 큰길을 번갈아 걸으며 조선시대 우둔 과원이 있었던 곳을 찾아간다. 순간 페트병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페트병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새롭다. 걷는 내내 새소리가 즐거웠는데 아마 새들을 쫓아내기 위해 세워놓은 듯 보인다. 작은 텃밭에는 홍화꽃이 복스럽게 피고 있고 송키(나물)들이 잘 크고 있었다. 점심거리로 송키를 캐고 있는 삼촌에게 홍화씨의 효능을 물어보고 우둔 과원터 위치를 확인한다. 경림상회를 지나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우둔 과원터가 있다.

우둔 과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종묘나 천신제 등에 사용할 귤을 진상하기 위해 관청에서 만든 공과원이다. 조선시대 감귤 산지는 제주가 유일해서 막대한 양의 감귤 진상을 오롯하게 제주도민이 충당해야 했다. 기록에 따르면 감귤 진상으로 옛 선인들의 생활이 파탄이 날 지경이었다고 하니 그 고초가 정말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둔 과원터 표지석이 보인다. 표지석 주변으로 건물과 감귤 과수원 등이 들어서 있어 옛 과원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옛 선인들의 힘들었던 마음을 잠시 동안 헤아린다. 햇볕이 조금씩 뜨거워진다. 쇠소깍에 가서 시원한 바다를 봐야겠다. 다육이 돌담길을 따라 쇠소깍을 향해 빠르게 걷는다.

효돈천이 바다와 맞닿아 끝나는 곳‘쇠소깍’

돌담에 붙어 앙증맞게 자라고 있는 다육이를 하나둘 찾아내고 눈으로 감상하며 길을 걷다 보면 금세 쇠소깍에 도착한다. 쇠소깍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효돈천이 바다와 맞닿아 끝나는 지점에 있는 하천 지형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8호로 지정돼 있다.
쇠소깍은 용이 살았다고 하여 ‘용소’라고 불리기도 했다. 명칭은 효돈의 옛 지명인 쇠둔의 ‘쇠(소, 牛)’와 웅덩이를 의미하는 ‘소(沼)’, 그리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지역인 하구를 뜻하는 제주어 ‘깍’에서 유래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부딪히며 수 십 만년 세월 동안 함께 빚어 완성했을 신비한 기암괴석을 바라본다. 볼수록 묘하다. 배를 타고 쇠소깍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기암괴석을 올려다볼 수 있다면 굉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소나무 나뭇가지 사이로 노를 저으며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울창한 나무로 덮인 산책로를 걸으며 검은 모래 해변 가까이 다가간다.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뜨거움도 잊은 채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오랜 세월 현무암이 쌓여 만들어진 검은 모래가 눈 앞에 펼쳐진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거칠게 일으킨다. 짙은 바다의 흔들림이 마냥 좋다. 검은 모래를 밟으며 하얗고 푸른 바다에 더 다가선다.
  • 쇠소깍 ↑쇠소깍
  • 작은 배를 타는 사람들 ↑작은 배를 타는 사람들
  • 기암괴석을 바라보는 사람들 ↑기암괴석을 바라보는 사람들
  • 검은 모래 해변 ↑검은 모래 해변

자연과 어우러져 사계절 아름다운효돈동

검은 모래 해변을 벗어나 애달픈 사랑의 전설을 품은 남내소로 향한다. 남내소는 효돈천 중 가장 깊고 큰 소(沼)다. 사면이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둘러 있는 남내소는 쇠소깍과 달리 고요함으로 가득해 물이 깊이조차 헤아릴 수 없다. 사람의 인기척도 찾을 수 없다. 넓은 바위에 앉아 상념도 몸짓도 멈춘다. 때 묻지 않은 자연에 푹 안긴다.
월라봉에 올라 시원하게 펼쳐진 마을과 바다를 바라봐도 좋다. 검은 돌담 안에 가득한 상큼한 감귤나무 향을 쫓아 걸어도 좋다. 쇠소깍의 기암괴석과 출렁이는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검은 모래를 맨발로 밟아도 좋다. 마을 안 골목 사이로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따라 걸어도 좋다. 고즈넉한 남내소에 앉아 잠시라도 혼자가 되어도 좋다. 사계절 자연과 어울려 아름다운 효돈동 마을이다.
남내소는 고요함으로 가득해 물이 깊이조차 헤아릴 수 없다. 넓은 바위에 앉아 상념도 몸짓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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