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감귤 꽃이 피고 졌다. 봄의 시간을 지나 여름으로 성큼 다가간다. 조금만 걸어도 더운 열기가 온몸에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길 나설 채비를 하고 한라산을 넘는다. 감귤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효돈동 마을로 향한다. 효돈(孝敦)동은 소가 누워 있는 형태라 하여 우둔(牛屯), 쇠둔으로 불리다가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사는 마을로 ‘효가 도타운 땅’이란 의미의 효돈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효돈동 마을에 도착하니 월라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월라봉은 달빛이 동쪽으로 솟은 봉우리를 훤히 비춘다고 해서 ‘달암(월암, 月岩)’ 또는 ‘다라미’라고도 불렸다. 월라봉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오밀조밀한 마을 안부터 바다의 수평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한라산도 가깝게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이라 길은 한산했다. 빠르게 월라봉을 향해 걷는다. 감귤 꽃은 다 떨어졌지만 돌담 너머로 감귤나무 향이 그윽하다. 서국돌의 모습이 보인다. 월라봉의 거대한 돌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오래전 서국이 아름다운 부인과 아기를 낳고 월라봉 돌 밑에 있는 굴에서 행복하게 살았는데, 서국의 벌이가 어렵게 되자 서국 부인은 애기(아기)업개에게 애기를 보게 하고 품삯 일을 다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국 부인이 여러 날 관가의 잔치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굴 밖에 애기업개가 애기를 업은 채 돌로 변해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서국 부인도 빈 구덕을 찬 채 돌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서국돌의 전설은 월라봉의 애기업개돌, 구덕찬돌, 서국굴, 땅동산과 연관된다.
월라봉 기슭에 있는 돌들의 생김새는 언제 봐도 기이하다. 돌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아침 운동을 위해 산책로를 찾은 주민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월라봉 정상 바위에 올라 마을과 바다를 조망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포제단을 살펴본 후 산책로를 내려온다.
애기업개돌과 구덕찬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