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가장 바쁜 일주일
↑ 초가 지붕 수리
제주인들은 집안 곳곳에 신들이 있다고 믿어왔다. 집안을 지켜주는 성주신, 통시(화장실)의 측간신, 부엌의 조왕신,
집 입구의 문전신 등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고 믿는 토속신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옛 선조들은 신의 눈치를 보곤 했는데, 신의 허락 없이 집을 함부로 고치거나 이사를 하게 되면 동티, 즉 신들의 노여움을 산다고 생각했다.
단, 신구간만큼은 지상에 신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이사나 집수리 등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을 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었다. 육지의 ‘손 없는 날’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신구간에 이사를 하거나, 변소와 외양간을 고치고, 산소를 손보곤 했다. 특히 이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사를 하는 것은 새로운 가신(家神)들이 관장하는 세계로 인간이 옮겨가는 것이라 여겼다. 신구간이 아닌 경우 여러 가신들에 각각 의례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모든 신들이 없는 신구간에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하듯 이삿날을 맞췄던 것이다.
기후적으로도 제주 지역은 날씨가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 신구간과 같은 아주 추운 날씨에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를 하는 것이 위생적인 면으로 봐도 이로웠다. 또한 이 기간은 농한기라 일손을 구하기도 쉬워 집안의 큰일을 해결하는 데 여러모로 용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