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쿰다(제주를 품다)제주 문화 돋보기

제주 문화 돋보기

제주의 집을 보면 제주 사람이 보인다
집은 기후와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곳 사람들의 성향도 반영한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안거리 밖거리 구조나, 제주의 대문인 정낭도 그러하다.
이 독특한 집 구조를 통해 제주인의 남다른 정서를 확인해 보자.
편집실 사진제주관광공사 참고자료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

한 마당 두 가족, 안거리 밖거리

제주의 옛 살림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 밖거리 그리고 모거리로 이뤄져 있다. 안거리는 안채, 밖거리는 바깥채이다.
안거리에는 부모 세대가 거주하며, 밖거리에는 주로 출가한 자식 세대가 거주했다. 한 담장 안의 같은 집안이지만, 두 세대는 독립된 생활을 유지한다. 각 세대마다 부엌인 정지와 난방공간인 굴묵을 따로 두어 취사뿐만 아니라 식사도 별도로 하였으며, 농사도 각자 지었다고 한다.

대가족이 한데 머물면서도 독립된 생활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안거리에 사는 부모 세대가 나이가 들고, 밖거리의 자식 세대 구성원이 더 늘어나게 되면 자식과 부모가 서로 거주지를 바꿔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룬다. 주로 안거리와 밖거리는 마당을 두고 서로 마주보며, 모거리는 안거리·밖거리와 모로 배치되어 ㄷ자 형태를 띈다. 모거리는 살림집보다는 쇠막이나 헛간 등의 용도로 쓰였다. 마당은 일상적인 공유 공간이자 결혼식 등 집안의 대소사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이 마당으로 안거리와 밖거리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세대 간에 서로 독립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제주의 노인들은 가난해도 저승 갈 때 입고 갈 수의만큼은 손수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식은 물론 누구에게든 폐를 끼치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이같은 의식은 제주 해녀들의 ‘질 루지 만씩’ 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기의 능력에 따라 각자 살며 절대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 해녀 2,839명 중 60세 이상은 2,565명으로 전체 수의 90% 이상에 달한다. 이처럼 제주의 많은 노인들이 자식에 의지하지 않고 정년 없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이처럼 제주인의 독립된 성향이 제주 가옥구조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거리 밖거리 평면도
↑안거리 밖거리 평면도
안거리 밖거리 실사
↑안거리 밖거리 실사

외출을 알리는, 제주의 대문 정낭

과거 제주 초가에서는 입구 양쪽에 정주석을 세우고 길고 굵직한 나무인 정낭을 걸쳐 놓고 대문으로 사용하였다. 보통 정낭은 3개가 쓰이는데, 걸쳐진 정낭의 개수로 주인이 있고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정낭 3개가 다 내려 있으면 주인이 집안에 있다는 의미이고 2개만 걸쳐있으면 주인이 조금 먼 곳에 있다는 의미, 1개만 걸쳐있으면 가까운 곳에 볼 일을 보러 갔음을 나타낸다.

정낭이 모두 걸쳐 있으면 주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는 의미여서 이웃 사람들이 주인 대신 그 집의 가축을 돌보아주기도 했다. 이웃 간의 신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문화로, 제주인의 정직과 순박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주의 대문, 정낭
↑제주의 대문, 정낭
<정낭의 의미>

고팡과 우영팟

제주의 창고, 고팡
↑제주의 창고, 고팡
제주의 텃밭, 우영팟
↑제주의 텃밭, 우영팟
고팡은 제주어로 창고를 말하며, 집안의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장소이자 집안의 권력과 경제력을 상징한다. 고팡은 안거리와 밖거리에 각각 위치하는데, 이는 자식이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 온전히 독립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우영팟은 안거리의 뒤란에 주로 위치한 작은 텃밭을 의미한다. 작은 땅도 아껴서 활용하는 제주인의 조냥정신(절약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인들은 그때 그때 바다에서 채취하는 해산물과 우영팟에서 따온 채소들로 밥상을 차렸다.

채소류만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제수 과일을 위한 귤나무, 갈옷을 위한 감나무, 죽제품을 위한 대나무도 심었다. 구근류를 재배하거나 그 모종을 재배하기도 했다. 건강한 노동과 건강한 밥상이 우영팟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인의 장수 비결을 우영팟으로 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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