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옛 살림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 밖거리 그리고 모거리로 이뤄져 있다. 안거리는 안채, 밖거리는 바깥채이다.
안거리에는 부모 세대가 거주하며, 밖거리에는 주로 출가한 자식 세대가 거주했다. 한 담장 안의 같은 집안이지만, 두 세대는 독립된 생활을 유지한다. 각 세대마다 부엌인 정지와 난방공간인 굴묵을 따로 두어 취사뿐만 아니라 식사도 별도로 하였으며, 농사도 각자 지었다고 한다.
대가족이 한데 머물면서도 독립된 생활공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안거리에 사는 부모 세대가 나이가 들고, 밖거리의 자식 세대 구성원이 더 늘어나게 되면 자식과 부모가 서로 거주지를 바꿔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룬다. 주로 안거리와 밖거리는 마당을 두고 서로 마주보며, 모거리는 안거리·밖거리와 모로 배치되어 ㄷ자 형태를 띈다. 모거리는 살림집보다는 쇠막이나 헛간 등의 용도로 쓰였다. 마당은 일상적인 공유 공간이자 결혼식 등 집안의 대소사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이 마당으로 안거리와 밖거리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세대 간에 서로 독립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제주의 노인들은 가난해도 저승 갈 때 입고 갈 수의만큼은 손수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식은 물론 누구에게든 폐를 끼치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이같은 의식은 제주 해녀들의 ‘질 루지 만씩’ 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기의 능력에 따라 각자 살며 절대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 해녀 2,839명 중 60세 이상은 2,565명으로 전체 수의 90% 이상에 달한다. 이처럼 제주의 많은 노인들이 자식에 의지하지 않고 정년 없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이처럼 제주인의 독립된 성향이 제주 가옥구조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