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어주는 숲'이라 불리는 머체왓 숲길.
돌무더기 밭이었던 거친 땅에서 피어난 생명의 숲이 가을을 맞아 한층 깊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주 중산간의 숨겨진 보물 같은 이곳에서 9월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자연이 주는 위로를 만나보자.
글편집실사진머체왓숲길 홈페이지(ⓒ2021 MEOCHEWAT. ALL RIGHTS RESERVED.)
머체왓, 제주어에 담긴 땅의 기억
머체왓이라는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제주어로 '머체'는 돌이 엉기정기 쌓인 곳, 오름 내부의 용암이 지하에서 굳어진 돌무더기를 뜻한다.
'왓'은 밭이라는 의미로, 머체왓은 '돌과 나무가 한껏 우거진 돌밭'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이곳은 예부터 거친 돌이 쌓인 척박한 땅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 돌 틈새로 나무들이 자라나고, 어느새 '말을 걸어주는 숲'이라 불릴 만큼 신비로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2012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우리 마을 녹색길'로 지정되었고,
2021년에는 '제주 웰니스 관광지(자연/숲 치유)*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 개의 길, 세 가지 매력
머체왓 숲길은 취향과 체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3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머체왓 숲길 코스
머체왓 숲길 코스(6.7km, 2시간 30분)는 메인 코스로, 한남리 방문객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머체오름과
서중천을 끼고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다. 돌담쉼터, 느쟁이왓다리, 방애흑, 야생화길, 머체왓전망대, 산림욕숲길, 머체왓집터, 목장길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소롱콧길 코스
소롱콧길 코스(6.3km, 2시간 20분)는 한남리 서중천과 작은 하천 사이에 형성된 숲을 걷는 길이다.
'소롱콧'은 지형이 마치 작은 용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삼나무숲과 편백숲이 길게 형성된 숲 터널을 지난다.
서중천 트레킹코스
서중천 트레킹코스(4~5시간)는 가장 긴 코스로 서중천 계곡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는 길이다. 천천히 걸으며 계곡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어 진정한 자연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9월, 머체왓이 들려주는 가을 이야기
9월의 머체왓은 한여름의 무성함에서 가을의 성숙함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아직 완전히 물들지 않은 초가을의 은은한 단풍이 숲 터널 사이로 스며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시기 머체왓의 가장 큰 매력은 서늘해진 공기 속에서 느끼는 숲의 깊이다.
여름철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은 트레킹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다.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 위주의 코스라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참꽃나무는 봄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차분한 초록을 머금고 있고, 서중천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여름보다 더욱 청량하게 들린다.
특히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만든 자연 터널은 9월의 따스한 햇살을 적당히 걸러주어 최상의 산림욕을 선사한다.
숲길 곳곳에서 만나는 머체왓집터나 돌담쉼터 같은 흔적들은 이곳에서 살았던 제주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거친 돌밭을 일구며 살았던 그들의 지혜와 끈기가, 9월의 성숙한 공기와 어우러져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