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DC Topic삼다소담이 만난 사람들

삼다소담이 만난 사람들

진짜 제주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다 (사)마로 양호성 대표
제주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설문대할망부터 민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마을굿 등 제주에는 독특한 신화와 민간신앙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를 사물놀이, 현대무용, 미디어아트, 메타버스 등 과거와 현대, 미래를 아우르는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예술단체가 있다.
제주전통예술단체 (주)마로가 그 주인공. 마로의 공연기획자이자 대표, 양호성 씨를 만나 제주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편집실 사진정익환

사물놀이패에서
제주 대표 예술단체로

(주)마로는 2005년 창단한 예술공연단체이다. 시작은 사물놀이패였다.
다만 표현의 한계를 두는 것 같아 단체명을 몇 차례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전통 가무악부터 미디어아트와 현대무용이 국악과 어우러진 창작극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전통 예술을 표현하고 있다.
“그 동안 마로는 ‘이번엔 무엇을 보여줄까?’하는 관객의 기대에 작품으로 답해왔습니다. 초창기엔 제주민속촌같은 곳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사물놀이 공연을 위주로 해오다 전통 가무악으로 점차 발전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변화를 사랑해주신 관객분들 덕분에 20년 가까운 시간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마로의 모든 작품은 제주의 굿과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안에는 오천년 역사의 희로애락과 제주인의 삶이 녹아 있다. 이와 함께 ‘전통 예술을 미래로 아름답게 이어가고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 인본주의적 문화 예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마로의 방향성이다.
(사)마로 양호성 대표
“예부터 제주 사람들은 신명나는 굿 한판 크게 벌이고 나면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만의 역사와 예술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거나 퇴색되고 있죠. 마로는 다시금 제주전통예술을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전통예술의 길을 모색함으로써 사라져가는 전통을 되살리고, 세대 간 소통과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제주전통예술

2014년 ‘이어도(Leodo : The paradise)’는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초청 받았다. 이어도는 제주설화를 바탕으로 풍랑에 휩쓸린 소녀가 희망의 섬 ‘이어도’로 향하는 여정을 춤, 소리, 타악 등 한국 전통예술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복합 퍼포먼스로 표현한 공연이다. 한국의 근원 정서인 ‘한’과 ‘흥’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해외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제주사람들은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면 ‘이어도’로 간다고 해요. 그곳에서 평안을 찾는다고. 일종의 파라다이스 개념이죠. 이 설화 내용을 가장 한국적인 소리와, 조명과 빔프로젝트 등 미디어 색체로 꾸며냈는데, 반응이 진짜 좋았어요. 이후 주영한국문화원, 런던대학교, 미국 시애틀, 캐나다 토론토 등 여러 세계무대에 초청되어, 많은 분들에게 제주의 문화와 한국의 전통예술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제주큰굿에서 영감을 받아 디지털 기술과 실제 샤먼의 만남을 표현한 ‘미여지뱅뒤*’, 전시와 공연을 동시 관람하는 ‘비잉터치드’ 등이 세계무대에 올랐다. “마로는 제주에서 최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에 선정되어 3년간 연속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성공적인 해외투어도 가능했죠. 올해엔 메타버스 공연 ‘미여지뱅뒤’가 베일을 벗습니다. 이별로써 완성되는 미여지뱅뒤의 독특한 공간적 성격을 작품의 주제로 하고,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물리적 성격을 가상세계와 링크시켜 작품 ‘메타버스 미여지뱅뒤’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 미여지뱅뒤 : 이승과 저승 사이의 시공간을 뜻하는 제주어
사물놀이의 신명에서 출발한 (사)마로
사물놀이의 신명에서 출발한 (사)마로
↑사물놀이의 신명에서 출발한 (사)마로

표선을 벗어나 제주 일원으로

(사)마로 양호성 대표
↑(사)마로 양호성 대표
마로의 시작점은 서귀포시 표선면이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민속촌박물관(서귀포)에서 연600회 이상 상설공연을 해오며 지역 거점 공연단체로 활약해왔다. 꼭 마로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예술공연은 제주시 아니면 서귀포시에 집중되어 있다. 제주도의 동서 끝단에 있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도민들은 공연 하나 보기 위해 1시간이 넘게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문화적 소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로가 선택한 방식은 마을 단위의 이동식 공연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 김녕어촌계와 함께 ‘오색찬란 김녕해녀’라는 공연을 진행했어요. 구좌읍 김녕리 해녀 73명이 한 데 모여서 개성 넘치는 춤사위를 펼쳐보였죠. 해녀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표현을 안무로 연결해서 표현했던 건데, 마을 주민분들과 같이 마을의 매력을 같이 발견하고 그걸 함께 공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게 즐거웠어요.”
지난 6월 30일부터 시작한 ‘와랑와랑 신산 용천수 콘서트’도 성산읍 신산리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공연이다. 제주큰굿보존회 오용부 심방이 직접 바다에 나가 용을 불러들이고, 마을의 안녕을 빌는 전통 ‘용놀이’를 재현한다. 신산리 주민들도 기억 속 어렴풋이 남아 있는 제주 굿 놀이의 하나다. 여기에 더불어 표선면 가마리 ‘윤슬 합창단’과 ‘즐거운아이들합창단’이 참여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고 마로의 시원한 사물놀이 한판까지 신명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한 여름, 늦은 오후부터 선홍빛 노을이 지는 시간까지 신산리 용천수에 발을 담가가며 공연을 즐기는 색다른 공연입니다. 신산리 이름이 신이 사는 마을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거기다 중산간마을 중 가장 끝자리에 있어서 예부터 힘이 좋은 용천수가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했다더라고요. 이러한 지역적 특색을 표현한 공연이고, 가족단위로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와랑와랑 신산 용천수 콘서트’를 기획한 송주연 사무국장의 표현이다. 해당 공연은 11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송주연 사무국장
↑송주연 사무국장
사물놀이 악기채들
↑사물놀이 악기채들
공연에 사용되는 상모, 패랭이 등 소품들
↑공연에 사용되는 상모, 패랭이 등 소품들

모두에 의한 예술, 모두를 위한 공연

(주)마로의 공연은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기획자, 연출자, 음악감독, 무대감독, 출연자 등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게 된다. 다만 역할의 규정이 있을 뿐 모두가 기획자이자 연출자이기도 하다. 공연 후 주고받는 피드백은 곧 작품에 반영이 되고, 다년간 공연된 작품이라도 출연자, 시대상황, 계절 등의 변화에 따라 장면과 대사가 바뀔 수 있다. 똑같은 작품명이라도 어느 시기에 봤느냐에 따라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무쌍함이 바로 마로의 힘이 아닐까?
“창작자의 예술혼이 담긴 고집스러운 작품도 예술적 가치가 있을 것이고, 모든 참여자의 생각과 가치가 담긴 작품도 그만의 예술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통가무가 특히 즉흥성이 강하잖아요. 마당극을 할 때 큰 이야기 줄기는 있지만 대사를 치고 박자를 타는 것은 관객의 호응에 따라 변화하거든요. 마로의 근간이 전통예술에 있는 만큼 그러한 색깔은 계속 가지고 나가고 싶습니다.”

‘이어도’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민속촌에서 단막극처럼 이야기를 실험하고, 살을 덧대고, 공동작업을 통해 표현방향을 잡으며 다듬어간 시간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다음 공연에선 또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마로만의 특색이 아닐까? 관객과 호흡하고 시대와 대화하며 제주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곳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도전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며 마로만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세요.”
(사)마로 양호성 대표
미디어아트 결합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 모습
↑미디어아트 결합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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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방법 2 : 전화신청 > 064-722-0129

※ (사)마로는 법정기부금 단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 CMS 정기후원단체로 개인회원의 경우 연말정산 시 소득금액의 50% 소득공제가 가능합니다. 법인기업 또한 소득금액 50% 한도 내에서 손비 처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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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9 Augus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