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쿰다(제주를 품다)제주 문화 돋보기

제주 문화 돋보기

척박한 화산섬 제주에서 농사는 언제부터 짓기 시작했을까?
화산섬 제주는 현무암으로 뒤덮여 있는 지질층의 특징 때문에 농사를 짓기 적합하지 않다. 즉 땅이 물을 머금고 있지 못하니 물을 대고, 뿌리를 내려 작물을 성장시켜야 하는 농사가 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제주도의 옛 선조들은 먹고 살길을 찾기 위해 오랜 세월 제주에 밭을 갈고, 논길을 만들어왔다. 그 역사를 들여다보자.
편집실 사진출처제주관광공사

단 1% 지역에서만 가능한 쌀농사

제주도는 쌀을 주식으로 삼는 문화권이지만 쌀이 귀했다. 육지에서 쌀을 들여오기 힘든데다 벼농사도 마음껏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제주도내에서도 단 1%의 지역에서만이 쌀을 생산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벼농사를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질 특성의 영향으로 인해 물을 가둘 수 있는 논(水田)을 만드는데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쌀을 재배하려면 용천이 풍부하게 나면서 넓은 평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선시대까지는 일부 마을만이 벼농사를 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 토목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리시설의 확충과 간척 등을 통해 벼농사를 하려 했던 것도 쌀이 고소득 작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도외지역에서 쌀이 풍부하게 들어오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벼농사를 하는 것도 큰 소득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밭농사보다 더 낮은 소득을 얻었기 때문에 199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이 폐답이 되었으며 오랜 전통을 유지해온 하논에서만 벼농사가 재개되었다.
하논마르
↑하논마르
하논이나 천제연 일대의 논은 소규모의 경지를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쌀을 순수한 이익 창출이 아닌 상례용 쌀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예를 들면 천제연 일대 벼농사지역에서 수확한 쌀을 가지고 제사를 지내고 나면 먹을 쌀이 없었다고 한 사실로 보아 쌀은 제사 때 반드시 필요한 작물이었고, 유교적 문화가 남아있는 제주에서 식량이상의 문화적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쌀은 밥이나 떡으로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는데 상례문화 중에서 장례문화를 크게 여겼던 제주도에서는 장례를 한번 치를 때마다 많은 양의 쌀을 사용해야만했다.
제주도에서 벼의 재배 기간은 약 6개월인데 직파의 경우 청명이 지난 이후에 파종하고 이앙한 경우에는 장마철에 맞춰 모내기를 하며 수확은 10월 초순 전후로 한다. 벼농사는 밭갈이로부터 시작해서 수확과 탈곡에 이르는 과정으로 진행되며, 경종이후에는 물관리와 논매기, 구제 등을 통해 쌀을 생산했다.
쌀농사

지역별로 다른 제주의 토양

제주의 토양은 색깔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 크게 암갈색토·농암갈색토·흑색토로 구분된다. 여기서 암갈색토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토양은 모두 화산회토이다. 이는 화산폭발의 시점이 각기 달라 토양이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인데, 작물 재배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 별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 할 수 있다. 제주 서북부 지역의 비화산회토인 암갈색토, 남동부·북부·서부의 중산간 지역의 대표적 화산회토인 농암갈색토, 제주 동부 중산간 지역의 흑색화산회토로 나뉜다.

제주도의 농경지는 해안가 평탄지에 주로 분포하는데 서귀포시 지역에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는 토양은 농암갈색토이다.
서귀포, 안덕면·중문동·남원읍·표선면 해안 지대에 분포하며 대부분 감귤이 재배되고 있다. 동북부 해안 저지대인 구좌읍 김녕을 중심으로 해안에서부터 내륙까지는 흑색화산회토를 이루고 있다. 도내의 해안선을 따라 한경면 고산리, 대정읍 상모리, 안덕면 사계리, 성산읍 성산리 및 우도 오름 일대의 해안지역에 간헐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동부 지역의 흑색화산회토는 미사식양질토로 배수가 양호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토양 위에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밭농사와 함께 목초 재배에 이용되며 해안 지역에는 당근, 감자, 무, 감귤 등이 재배되어지고 있다.
두산봉 밭담
↑두산봉 밭담
서북부 지역에는 암갈색 비화산회토(된땅)가 분포되어 있다. 예전에는 보리와 조 농사를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애월읍, 한림읍 지역에 양배추, 브로콜리, 양파 등이 재배되고 있고, 대정읍 해안 지대에는 마늘이 재배되고 있다. 또한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과 호근동 하논 분화구에는 점토질 토양이 분포하여 마늘과 함께 벼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양도 양배추 밭담
↑비양도 양배추 밭담
송당마을 당근 농사 모습
↑송당마을 당근 농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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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8 July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