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제주는 내륙지방과 달리 지표수 이용이 어려워 생활용수 등 필요한 물의 대부분을 용천수, 봉천수 등을 주로 이용했다. 물을 쉽게 얻지 못해서 쉽게 물을 얻을 수 있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제주의 용천수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흐르다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물로 샘물, 세미 또는 산물로 불리기도 하며, 물 생활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물과 관련되어 전해져 오던 이야기도, 물맞이문화 등 물을 이용한 전통이 일상생활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물을 이용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시설이나 관련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일제강점기 이후 용천수를 이용한 간이수도시설인 정방수원, 절곡시 수원(서호), 돈내코 수원 등도 흔적만 겨우 남아 있으며, 그나마 관련 기록들도 폐기되고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물 이용 역사는 시기별로 크게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용천수·봉천수에서 지하수(상수도)로 그리고 광역상수도로 물 이용 형태와 연계하여 크게 네 가지 시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용천수(湧泉水) : 땅 밑에서 지표면으로 솟아 나오는 물.
*봉천수(奉天水) : 빗물이 고인 연못의 물.
1900년 이전까지는 원시·자연 그대로의 물 이용 시기다. 기록에서 보면, 백성은 10리 내에서 떠다 마실 수 있으면 가까운 샘으로 여기고, 먼 거리는 40~50리에 이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는 주로 용천수·봉천수·하천수 등 있는 그대로의 물을 직접 길어다 이용했다.
다음으로 1901년부터 1950년까지는 용천수를 활용하여 상수원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시기이다. 제주도 최초 수도는 서귀포시 정방동에 있는 정방간이수도(1926년)로 정방폭포 상류 하천변 용천수를 낮은 지대의 주거지역으로 흐르게 하는 자연유하식으로 서귀동 일부지역과 서귀항 부근에 물을 공급했다. 서호동 절곡지물을 이용한 서호간이수도(1927년)는 지역주민들과 재일동포의 성금을 모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수도를 설치한 사례이다. 그 후 상효간이수도(1932년)가 설치되어 신효·하효·토평 등 3개 마을에 1일 200㎥의 물이 공급되었다. 세 번째 변화는 1950년대 상수도 시대가 열리면서 제주지역이 물 가난에서 점차 벗어나는 시기이다. 제주지역은 물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금산수원(1957년) 개발을 시작으로 우물보수 및 수도 신설 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까지는 여전히 용천수·우물·봉천수에 의존하였으며, 초기 수자원 개발·이용 사업은 대부분 용천수를 활용했다. 1961년 11월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는 제주에서 최초로 지하수 관정 굴착의 성공으로 중산간 지역 주민들에게 물 이용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하였고,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지하수 개발을 촉진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제주도 물 이용 역사에서의 전환점은 1967년 어승생 수원 개발 사업이 착공된 후 1971년 12월 어승생 저수지가 준공되면서부터이다. 이 시기부터 안정적인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밥하기, 빨래하기 등 가사활동은 이전에 비하여 한층 자유로워졌다. 1970년 이후 지하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상수도가 집집마다 보급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주의 인구 및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도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제주도 차원의 산업과 경제 발전 상황에 맞춰 생활용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하여 광역상수도 건설 사업이 추진됐다. 마지막으로 2000년 이후는 물 이용이 여유로운 광역상수도로 전환되는 시기로 광역상수도 제1단계는 1996년부터 2000년 12월까지 동부지역에 14개 수원을 개발하였다. 제2단계는 서부지역의 원활한 급수를 위하여 2002년부터 2008년 12월말까지 광역상수도 공사를 진행하였다. 제3단계는 중산간 지역의 격일제 급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9년부터 2013년 2월 준공을 통해 2013년 6월부터 본격 가동이 되고 있다. 최근 물 관리 체계를 개선을 위한 상수도·농업용수 통합 등 전반적인 수자원 통합관리 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는 과거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 용천수 중심의 고단한 물 이용 여건에서 지하수를 중심으로 한 상수도 공급으로 일상적인 물 이용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지하수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하수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하수 함양량과 지속이용가능량을 산정하여 이용 가능한 지하수량을 파악하는데 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1993년부터 10년 단위로 지하수 함양량과 지속이용가능량을 평가해 오고 있다.
지하수 함양이란 강우나 눈 녹은 물 등이 지하로 침투하여 지하수로 보충되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도는 연평균 강수량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수문총량에서 직접유출량과 증발산량을 뺀 양을 지하수 함양량으로 산정하는 수문학적 물수지 분석법을 적용하여 지금까지 총 4회 지하수함양량 평가가 이루어졌다.(표-1 참조)
(단위 : 백만㎥/년)
구 분 | 수자원개발종합계획 (1993) |
제주도수문지질 및 지하 수자원 종합조사(2003) |
수자원관리종합계획 (2013) |
수자원관리종합계획 (보완)(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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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총량(평균 면적강수량) | 3,388 (1,872㎜) | 3,427(1,975㎜) | 3,769(2,061㎜) | 3,952(2,162㎜) |
직접유출량 | 638(19%) | 708(20.7%) | 833(22.1%) | 970(24.5%) |
증발산량 | 1,256(37%) | 1,138(33.2%) | 1,260(33.4%) | 1,379(34.9%) |
지하수 함양량 | 1,494(44%) | 1,581(46.1%) | 1,676(44.5%) | 1,603.6(40.6%) |
지속이용가능량 | 620 | 645 | 730 | 652 |
2018년도에 산정된 물수지 분석결과를 보면 수문총량은 39억 5,200만㎥ 규모이며, 증발산량은 13억 7,900만㎥이고, 직접유출량은 호우일수 증가와 토지이용량 변화 등으로 1993년 6억 3,800만㎥ 규모에서 2018년 9억 7,000만㎥ 규모로 늘어났다. 그 결과 수문총량에서 약 23억㎥ 정도는 직접유출과 증발산 작용을 통해 손실되고 나머지 16억 360만㎥은 지하수로 함양되고 있다.(그림-1 참조)
반면 지속이용가능량은 6억 5,200만㎥/년으로 2013년도 계획에서 산정한 7억 3,000만㎥/년보다 10.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차이는 기후변화에 잦은 가뭄 등 수자원환경의 변화가 지속이용가능량에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