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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사전

제주어 가을 속담 사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입니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제주의 가을 속담을 통해 옛 선조들의 사정은 어떠했을지 짐작해봅시다.
‘가시리 좋으민 가슬 것 좋나’-‘풀사사리가 좋으면 가을 곡식 좋다’는 말입니다. 바다 식물인 풀가사리가 무성하게 잘 자라나면, 그 해에는 가을 곡식도 풍작을 맞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지금도 농어촌마을에는 해초류가 풍작이면 그 해 가을 농사도 풍작이 될 징조로 여긴다고 해요. 이는 바다와 뭍의 생태가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이치가 이토록 놀랍습니다.
‘시월 초호를 따시민 휘양장시 밥 굶나’-‘시월 초하루 날씨가 따뜻하면 휘양장수가 밥을 굶는다’는 뜻입니다.음력 시월은 가을의 끝자락이지만 선조들은 시월 초하루의 날씨로 이어올 겨울의 추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해요. 시월 초하룻날의 날씨가 따뜻하면 그 해 겨울철 날씨도 따뜻해진다고 보았답니다. 그러니 방한용 모자인 휘양이 필요 없게 되고, 휘양장사는 생계가 어려워 밥을 굶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섬사람들에게 겨울의 추위는 가혹하기 마련인데, 춥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로 인해 밥을 굶을 휘양장사를 걱정하는 따뜻한 인심도 담겨 있는 속담이 아닐까 합니다.
‘구월 초조곰 볼민 보제기 각씨 남죽 들렁 춤춘뎅 헌다’-‘9월 첫 조금에 맑으면 어부 마누라가 죽젓개를 들고 춤을 춘다’는 말입니다. 조수 간만의 차이를 뜻하는 무수기는 한 달에 두 번 찾아옵니다. 무수기 중 매월 음력 8일과 23일은 간만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조금에 해당하는데요. 특히 9월 첫조금인 8일에 날씨가 맑으면 계속 맑은 날이 이어져 고기잡이가 순조로워진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풍어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니, 어부의 아내는 죽젓개(죽을 쑤는데 쓰는 방망이)를 들고 춤을 출 정도로 기뻐하는 것이겠죠. 만선을 기원하는 어부들의 마음이 절로 느껴지는 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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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1 October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