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멸치가 아닌 ‘멜’
제주에서 나는 멸치를 일컬어 ‘멜’이라고 부른다. 서귀포 해안에 물이 빠지면 미처 나가지 못한 멜 무리가 현무암 사이 웅덩이에 떼를 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주 북쪽 근해와 추자도 근해에서 잡히는 큰 멸치는 몸통중앙의 백색 비늘 사이에 짙은 은색 비늘이 선명히 박혀있어 이를 꽃멸치라 부르기도 한다. 생멸치, 그것도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큰 멜을 이용한 각종 요리들은 제주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멜은 타우린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철분 등 무기질이 많아 성인병 예방 및 항암에 효과가 있다. 또 칼슘이 풍부해 성장기 아이의 두뇌 발달과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한다.
↑썰물 때 멜이 몰려드는 맬튼개 갯담
<멜국 & 멜젖>
멜은 크기에 따라 대멸, 중멸, 소멸, 자멸의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특이하게도 제주에서는 작은 소멸, 자멸은 식용으로 포획하지 않았고 주로 대멸 위주로 식자재를 이용해왔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멜국이다.
멜국은 생멸치와 배추로 끓이는 국으로 신선한 멜이 아니면 시도할 수 없는 국이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깨끗이 씻어 물을 부어 끓이다 배추를 뜯어 넣고 다시 살짝 끓인다. 한소끔 끓은 멜국에 고추와 마늘, 대파, 국간장을 넣고 취향에 따라 소금 간을 해서 먹으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멜젓은 제주사람들이 자리젓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젓갈류이다. 흑돼지 구이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데, 청량고추 송송 썰어 넣고 고기 굽는 판위에 올려 바글바글 끓이면서 구워진 고기를 찍어 먹는 것이 바로 멜젓이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고 특유의 향미로 입맛을 돋운다. 그밖에도 멜은 멜조림, 멜지짐, 멜튀김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별미로 꼽힌다. 멜이 가장 맛있고 싱싱한 봄철 제주를 여행 중이라면 멜국이나 멜조림, 멜튀김 중 하나라도 맛보길 권한다. 멜젓은 별도로 구매해 가져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