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샘은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한라산 남벽분기점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에 위치해있다. 윗세오름은 붉은오름~누운오름~족은오름 등 대피소 인근의 3개 오름을 통합해 부르는 이름이다. 이 탐방로는 돈내코 코스로 이어지지만 아직은 출입통제구역으로 허가 없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다. 그래서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록샘은 남벽분기점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측에 있다. 인근에는 멸종위기종인 한라산 구상나무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윗세오름 중 첫 번째 오름이자 가장 높은 오름(해발 1,740m)인 붉은오름을 지나 백록샘 근처에 다다르면 표식처럼 오희준 캐른을 만날 수 있다.
캐른은 길의 표시나 등정의 표시로 등산가나 탐험가들이 쌓아올린 돌무더기를 일컫는다. 오희준은 세계 8,000m급 고봉 10좌를 정복한 산악인으로 고상돈과 함께 제주가 배출한 산악인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타계했다. 잠시나마 캐른 앞에서 그의 족적을 추모해본다.
백록샘은 해발 1,655m에 위치한 제주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샘물이다. 지대나 주변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물의 근원은 백록담 분화구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땅 속에서 솟구쳐 나온 이 용천수는 연중 마르지 않고 흘러내려 서귀포 산짓물을 지난 후 정방폭포를 거쳐 바다로 나아간다.
샘물 주변으로는 바위가 에워싸고 그 사이로 들풀이 솟아나 있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모여들어 저마다의 자양분을 얻어가는 모습에서 자연의 신비로움마저 느낄 수 있다. 비록 쉽게 마주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을수록 자연이란 훼손되기 마련이니 이 모습 그대로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백록담이 그 자리에서 유유히 흘러나와 제주의 젖줄이자 생명수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