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 물이 없이 말라 있는 하천을 건천(乾川)이라고 하는데, 제주의 하천인 냇창은 여름 장마철 등 비가 올 때를 제외하면 말라서 바닥이 드러나 있거나 여기저기 고여있는 물만 보인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그 어느 강보다 세차게 물이 흘러간다. 냇창은 강이라기보다는 계곡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보면 된다. 제주에 육지와 같은 강이 없고 냇창만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제주 토양층의 특성과 연결된다.
사실 제주는 강수량이 적지 않은 지역이지만,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토양층이 거의 없고 암반층이 두꺼워서 지표면에 떨어지는 빗물이 채 흡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토양층이 빗물로 포화상태가 되면 나머지 물은 넘쳐흐를 수밖에 없고, 이 넘쳐흐른 물이 냇창을 통해 바로 바다로 흘러가버린다. 때문에 냇창은 평상시에는 물이 없는 건천이 되는 것이다.
물이 없는 냇창은 그대로 제주의 매력적인 풍광이 되고 있다. 오랜 세월 물이 흘러가며 바위 위에 만들어 놓은 흔적들이 아름다운 곡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냇창인 효돈천은 바다와 맞닿은 하류인 쇠소깍으로 유명하지만, 효돈천 자체도 잘 보존된 자연과 독특한 지질구조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효돈천은 한라산 백록담 남서벽 아래에서 시작되어 서귀포 쇠소깍까지 약 13km 길이의 건천으로 중간중간 물이 흐르는 곳도 있다. 특히 깊이 11m에 달하는 남내소는 아무리 가물어도 언제나 물이 가득한 곳이다. 남내소에 있는 자연동굴에는 박쥐가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 제주시를 대표하는 하천인 한천 등이 대표적인 냇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