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제주 바닷가 마을의 특징을 간직한 북촌리는 맑은 용천수와 풍요로운 바다 덕분에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신석기시대 바위그늘 유적이 발견됐고, 고려시대부터 바다로 침입해 오는 적에 대비하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쌓은 환해장성도 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한 자취가 선명한 것은 마을 곳곳에 있는 20여 개의 크고 작은 용천수 덕분이다. 북촌리를 대표하는 용천수는 북촌포구 입구에 있는 사원이물(사원잇물)과 도와치물이다.
사원이물은 일부 현대적으로 개조됐지만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물허벅을 올려 놓는 물팡을 양쪽 벽면에 길게 만들고 T자형으로 칸을 나눠 빨래터를 만들었다. 눈에 띄는 두 개의 원형 식수통은 밀물이 되어도 짠 바닷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 지혜로운 방법이다. 이 식수통에서 물을 길어 식수로 사용하고, 넘치는 물은 빨래 등 허드렛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사원이물 가까이에 있는 도와치물은 남자들이 목욕을 하는 남자 전용 물통이다. ‘도와치’는 마을에 중대사가 있을 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도갓집’을 말하는 것으로, 이 근처에서 나는 용천수라는 데서 이름을 ‘도와치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북촌리는 걸어서 두 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방문자의 눈길을 붙잡는 아기자기함이 곳곳에 숨어 있다. 마을 초입에서는 활짝 핀 붉은 동백과 함께 ‘아름다운 북촌리’라고 적힌 벽화가 여행자를 반긴다. 바닷가 마을 특유의 알록달록 선명한 지붕과 하얀 벽, 검은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화사한 색채의 벽화와 돌담에 얹어 장식한 소라껍질, 생활의 흔적이 선명한 어구와 장비 등 소소한 마을의 풍경들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