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해는 서쪽에서 가장 아름답게 지는 법.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노을 루트는 바다, 바람, 빛이 만들어내는 색의 변주곡을 눈앞에 펼쳐준다.
협재의 따사로운 황금빛부터 수월봉의 거친 실루엣, 그리고 차귀도 너머로 가라앉는 붉은 태양까지.
이 여름, 하루의 끝을 풍경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 드라이브를 따라가 보자.
글, 사진포토제주(photo jeju)
곽지과물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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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과 샘이 깃든 조용한 노을 바다
곽지과물해변은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소박한 해변이다.
과물이라는 이름처럼, 해안가 암반 아래에서 물이 솟는 ‘과물탕’이 이곳의 상징이다.
해가 저물 무렵, 바닷물과 하늘빛이 한데 섞이면서 백사장과 동굴이 붉은빛으로 물든다.
관광지로서의 화려함보다는, 조용하고 정적인 풍경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어울리는 해안이다.
위치: 제주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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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절벽 위, 드라마틱한 실루엣
제주도의 서쪽 끝자락, 수월봉은 해풍을 맞으며 서 있는 해안 절벽이다.
해가 기울어질 무렵, 풍력발전기와 언덕 뒤로 떨어지는 태양이 겹쳐지며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절벽 아래로는 드넓은 바다와 차귀도가 함께 펼쳐져 있어, 사진 촬영지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는 1만 8천년 전 화산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질트레일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엉알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이 만들어낸
자연의 교과서를 만날 수 있다. 거칠면서도 고요한 풍경 속에서 일몰의 에너지를 느껴보자.
위치: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용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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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실루엣, 제주 일몰의 정점
용수포구는 드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다.
차귀도 앞바다로 해가 천천히 내려앉을 때, 하늘은 붉고 보라색으로 뒤섞이며 극적인 빛의 조화를 만들어낸다.
바다 위 어선들의 실루엣이 하나둘 떠오르며, 제주만의 고요한 서사시가 완성된다. 자연과 시간, 바다가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클로징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