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
제주도돌담의 특징은 그 높이에 있다. 이유인즉 말의 침범을 막고 바람으로부터 화산토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높게 쌓은 것이다. 살림집에는 처마 끝과 돌담의 위가 맞붙게 만들어 바람이 들어설 틈을 주지 않는다. 바닷가에는 조간대에 돌담을 쌓아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썰물에 갇히어 잡히도록 했다.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쉬는 공간에도, 마을의 신당을 모신 성스러운 공간에도 돌담을 쌓았다. 이외에도 지형도상에 나타나는 상잣담이나 하잣담, 환해장성(環海長城)은 밭담 등과 어울려 제주도로 하여금 흑룡만리(黑龍萬里)의 섬이라 불리도록 하였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황룡만리라 부르는 것을 빗댄 표현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총연장 9,700리의 제주도 만리잣담을 부르는 명칭이다.
이처럼 제주도민에게 돌담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시도 눈길에서 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태어나길 돌 구들 위에서 태어나고 죽어서는 산담에 둘러싸인 작지왓(자갈밭)의 묘 속에 묻힌다. 사는 집의 벽체가 돌이며, 울타리와 올래, 그리고 수시로 밟고 다니는 잇돌(디딤돌), 산길은 물론 밭길, 심지어 어장길도 모두 돌길이다.
때로는 삶 그 자체의 현실이자, 건축적 미감으로 제주도민의 정신과 생활의 구심점이 되어온 돌담. 아름다운 돌담들이 빚어내는 자연의 풍광은 그 자체로 제주도 풍경의 재발견이라 부름직하다. 더불어 어디에나 있지만 이토록 철저하게 돌담문화를 이룬 곳은 제주가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으니 지키고 보존해야 할 민족문화상징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