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앙과 기후가 만들어낸 주거문화
제주도의 주거 문화는 독특하다. 한국 내륙지역의 민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을 하고 있다. 제주의 가옥은 대부분 ‘띠’로 지붕 전체를 얽어맨 초가(草家)이며, 초가의 평면은 ‘일자(一字)’ 겹집을 기본으로 하여 ㄱ자집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분할식으로 칸 나누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을 넓히고자 할 때는 새로 한 채를 더 지어야만 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모커리(별채) 등의 공간은 ‘ㅁ’자로 구성해 분할했다. 안거리는 부모가, 밖거리는 결혼해 독립한 자녀 가족이 거주하게 되는데, 안거리와 밖거리에는 저마다 상방(마루), 구들(방), 정지(부엌), 고팡(곳간)이 있기 때문에 먹고 자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활동까지 분리된 독립세대라고 볼 수 있다.
외부공간에는 올레와 정낭, 마당, 안뒤, 우영(밭), 돗통시 등이 있다. 올레는 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진입로로, 반드시 곡선을 이루고 집안이 들여다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정낭은 방목하여 키우는 소와 말이 집안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주인의 출타 여부를 이웃에게 알리는 신호로 쓰이기도 했다. 마당은 농사 작업 외에도 갖가지 가정의례가 치러지는 공간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와 밖거리가 배치되며, 안뒤는 안거리 뒤쪽에 있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밧칠성(뱀의 신이자 부(富)의 신)’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기도 하다. 우영은 집 주위에 있는 텃밭으로, 갖가지 채소와 과일나무, 묘종을 재배하는 공간이다. 돗통시는 변소와 돼지우리가 함께 조성된 제주의 전통 측간이다. 안거리 정지(부엌)와 멀리 떨어진 밖거리 옆 울담에 덧붙여 만들어지는데, 건물의 한 쪽 옆을 돌아가서 설치해 마당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도록 했다. 바닥에는 보릿짚을 깔았는데, 돼지와 사람의 배설물이 섞이면서 자연 발효를 거쳐 농사에 거름으로 활용되었다.
이처럼 오직 제주도의 의・식・주에는 제주만이 갖는 특이한 가족제도를 비롯해 기후에 대한 대처, 풍수지리, 무속신앙 등 복합적인 문화가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