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 돋보기

한라산의 비경, 백록담 滿水만수 이야기
지난해 8월 제5호 태풍 ‘송다’와 6호 태풍 ‘트라세’의 영향으로 한라산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차오르는 장관이 포착됐다. 백록담 만수는 많은 양의 집중호우가 왔을 때에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희귀하고 진귀한 한라산의 비경이다. 그렇다면 백록담 만수는 왜 보기 힘들까?
. 편집실, 사진.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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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져나가는 백록담

백록담은 백두산의 천지와 달리 지하수가 솟아나지 않을뿐더러 정상 분화구 일대는 물이 잘 빠져나가는 ‘조면암 절리(節理·갈라진 틈)’가 펼쳐져 있어 물이 오래 고일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지형 특성상 백록담은 대략 500∼800㎜ 이상의 집중 호우가 내릴 때 만수를 이루며 이마저도 2주 정도가 지나면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만수의 비경은 운때가 잘 맞아야만 볼 수 있다.

여기서 잠깐! 백록담 만수가 분화구 전체에 차오를 만큼 가득 찬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백록담은 흔히 한라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 전체를 뜻하지만, 대개 “백록담이 만수 됐다”고 할 때는 분화구 전체가 아닌 분화구 동쪽 일부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일컫는다. 2000년대 한라산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백록담 최대 담수 면적은 2만여㎡, 만수위 높이는 4.05m, 저장 가능 용량은 5만 6천여톤으로 추정됐다. 한라산 정상 분화구 총 면적은 21만여㎡, 최고 높이는 108m다. 그렇게 따지만 백록담 만수라고 해도 전체 분화구 면적의 약 10%, 높이의 3.7% 정도만 채워진 셈이 된다.

분화구 동쪽 일부에 형성된 호수, 백록담
↑분화구 동쪽 일부에 형성된 호수, 백록담

만수라고 해도 분화구를 가득 채우지 못하는 까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화구 일대 지반구조 때문이다. 한라산 분화구는 바닥 공간을 제외하고 사방에 절리가 발달, 절리를 따라 쪼개진 틈 사이로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이다. 그나마 호수가 형성되는 부근은 사방에 쌓여있던 진흙이나 모래가 방수막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잠시나마 물이 고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백록담 토양 자체도 모래알같이 굵은 화산 토양으로 비가 오면 빗물이 새어나가기 때문에 백록담은 물을 머금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백록담은 메마른 것일까?

백록담은 백두산 천지와 달리 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가 없어 빗물 외에는 공급되는 물이 없다. 지질구조상 물이 새어나감에 따라 물이 말라 보이는 것인데, 이 새어나간 물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일부에서는 백록담의 물이 말라간다며 물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적도 있지만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백록담의 물은 밑으로 새어 나간 것이 아니라 흙 속에 숨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이 숨어있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 백록담이 만수상태를 유지했을 때 하루 물의 하향이동 양이 1~2㎝에 불과했을 정도로 백록담의 토양은 불투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불투수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물 빠짐을 방지해주는 미사와 점토가 60%가 넘고 자갈 함량은 적은 토양이 백록담 바닥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투수층의 토양 위에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층이 쌓이게 되면서 미사와 점토 함량보다 자갈함량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토사층의 깊이가 80㎝라고 한다면 물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무려 40㎝ 이상이 된다. 수심 40㎝ 이상 담수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물이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가 쌓이면서 토사층 속에 숨어버린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기반으로 백록담에 물이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토사층을 걷어내고 불투수층 토양으로 메워주는 방법이 있겠지만 현재까지 실제 진행된 바는 없다. 다만 한라산 연구부에서 2029년까지 백록담 담수 수위 변화를 연구하고 담수 능력 저하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평소 물이 빠져있는 백록담 모습
↑평소 물이 빠져있는 백록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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