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제주 나들이

푸른색 병풍을 두른 용의 연못, 용연 이야기
용연은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해 한천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만나는 맑은 못으로, 옛날 용이 놀던 못이라는 전설에 따라 ‘용연(龍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서 발원하여 오등동, 오라동을 거쳐 용담동의 동서한두기 바다와 이어지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이곳은 신비로운 설화들이 전해진다. 또한 용연구름다리, 정자, 에메랄드빛 계곡, 7~8미터에 달하는 석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며, 제주에 부임했던 옛 조선의 목사들이 여름의 달빛 아래 배를 띄워 풍류를 즐기던 ‘용연야범(龍淵夜帆)’의 장소이기도 하다.
정다운 도민기자, 사진. 정다운, 제주관광공사
삼다 제주흐르는 제주 나들이 인쇄

건천이 많아 용천수와 식수가 귀했던 제주에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항상 물이 고여 있던 용연은 매우 신비롭고 특별한 존재였다. 용연은 ‘취병담(翠屛潭)’, 혹은 ‘용추(龍湫)’라고도 불리는 등, 그 특별함 덕에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으며 그에 얽힌 신비로운 설화와 전설들 역시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 예로부터 용궁의 사자들이 백록담으로 향할 때 통과하는 길이라는 전설, 비를 몰아다주는 용이 살고 있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등 수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용연과 기우제, 첫 번째 이야기
고씨 심방과 거대한 용

용연에 얽힌 설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용과 기우제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가뭄이 들 때 용연에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설화는 여러가지 버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 중 하나는 <제주도의 문화유산(제주도, 1982)>에 기록된 이야기로 제주의 옛 읍성인 무근성에 살던 고씨 심방으로부터 시작된다.

몇 백 년 전, 제주가 크게 가물어 수많은 제주 백성은 굶어 죽을 처지에 처했다. 제주 목사가 몇 번의 기우제를 지냈음에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그 때 고씨 심방이 지나가는 소리로 ‘용소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 것을…’하고 말한 것이 제주 목사의 귀에 들어갔다. 목사는 동헌으로 고씨 심방을 불러 그에게 기우제를 지내게 하고, 용소에서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 오지 않을 시에는 엄벌에 처할 것임을 명했다. 고씨 심방은 수심에 가득찬 채 이레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짚으로 용을 만들어 용소에 제단을 꾸렸다. 그 용의 크기가 무려 쉰대자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거대한 용의 꼬리를 용소에 담그고 머리를 제단 위에 걸쳐, 이레 동안 천상천하의 모든 신을 불러 기우제를 지냈다. 그러나 굿을 끝마칠 때가 되어 모든 신들을 돌려보낼 때까지도, 하늘은 무정하게도 쾌청해 비가 내릴 기색조차 없었다.

비를 내리지 못하면 목이 베일 처지였던 고씨 심방은 눈물을 흘리며 하늘님에게 읍소했다. 그 때, 눈물을 흘리던 고씨 심방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드디어 사라봉 위로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몰려와 억수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고씨 심방과 굿을 하던 심방들은 모두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용을 메고 성안으로 들어가 풍악소리에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목사와 모든 관속들은 용에게 절을 올리며 기뻐했다. 그 이후, 용소에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는 전설이 생겨났고 이후 가뭄이 올 때마다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용연
↑용연
용연과 기우제, 두 번째 이야기
제주 목사

다음 이야기는 <향토지(제주서초등학교, 1986)>에 전해지는 이야기로, 조선시대 선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여름, 석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작열하는 태양만 내리쬐어 제주의 농작물들이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제주 백성들은 가뭄으로 굶을 걱정이 태산인데다, 마실 물까지 없어 제주 목사 역시 수심에 잠겨 해결책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제주 목사는 중국 은나라의 탕왕이 3일간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올리니 큰 비가 내렸다는 고사를 떠올렸다. 그는 부하들을 불러 “오늘부터 3일간 목욕재계하고 3일 후에는 제물을 준비하여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낼 것이니, 그 준비를 하라.”고 명한 뒤 목사 자신과 부하들 모두가 목욕재계하고 정성을 다해 제를 준비했다. 목사는 용연의 동쪽 석벽에 마련된 제단에서 제문을 낭독하며 정성껏 제를 올렸다.

오랫동안 가물게 되는 것은 본관이 정치를 잘못한 까닭입니까?(政不節與)
백성을 혹독하게 부린 까닭입니까?(使民疾與)
집을 너무 화려하게 한 까닭입니까?(廣室榮與)
여자들을 가까이 한 까닭입니까?(婦謁盛與)
뇌물을 많이 먹은 까닭입니까?(苞苴行與)
참소하는 자를 가까이 한 까닭입니까?(讒夫與與)

제주 목사가 백성들의 고통과 걱정을 해결하기 위하여 은나라의 탕왕을 본받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정성껏 기우제를 올리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하늘도 탄복한 듯 제주도 전체에 큰 비가 내렸다고 전해진다.

용연다리
↑용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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