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 돋보기

마을의 안녕을 수호하는 방사탑 이야기
마을의 허(虛)한 곳을 막아 액운을 없애고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제주 곳곳에 세워져있던 방사탑. 4·3사건과 6·25전쟁을 겪으며 많은 수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제주에는 49기의 방사탑이 남아 과거 제주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정리. 편집실, 사진. 제주관광공사, 국가문화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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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막는 방사탑

제주의 해안가 또는 마을 어귀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돌을 쌓아 올린 원뿔 모양의 탑을 흔히 볼 수 있다. 돌탑 위에는 새 또는 사람 모양의 돌 등이 세워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방사탑(防邪塔)이다. ‘재앙을 막아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 제주 사람들이 공동으로 쌓아올린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 돌탑을 말할 때 답(탑; 塔) 또는 거욱, 가마귀, 하르방, 걱대, 액탑 등 다양하게 불렀다. 방사탑은 각 마을마다 다양하게 부르던 이름을 포괄한 일종의 학술적 용어인 셈이다.

용수항 방사탑 안내문
↑한경면 용수마을방사탑 안내문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는 총 49기의 방사탑이 남아있다. 이중 17기(제주시 11기, 서귀포시 6기)가 제주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2기(제주시 1기, 서귀포시 1기)는 향토 유형 유산의 형태로 지정됐다. 향토 유형 유산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향토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도 조례로 보호하는 문화유산을 일컫는다. 나머지 30기(제주시 20기, 서귀포시 10기)는 비지정 문화재로 남아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대정읍 인성리방사탑 1호

방사탑은 마을의 어느 한 방위에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거나 어느 한 지형의 기가 허한 곳에 마을 공동으로 쌓아 올린 돌탑으로, 부정과 악의 출입을 막아 마을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신앙 대상물이다. 대정읍 인성리에서 단산으로 가는 길에는 ‘알뱅디’라 불리는 넓은 평지가 있는데, 이곳에 4기의 방사탑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 불이 자주 나고 가축이 병들어 죽는다 하여 쌓아 놓은 것인데, 1950년대 훈련소가 들어서면서 군인들이 허물어버려 2기만 남아 있다. 2기 중 동쪽에 있는 것이 이 탑으로, 윗부분이 상당히 무너져 탑 위에 세웠던 석상이 탑 옆에 따로 놓여 있다. 높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밑지름이 210㎝인 것으로 보아 적어도 2m쯤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정읍 인성리방사탑 1호
↑대정읍 인성리방사탑 1호

한경면 용수마을방사탑 1호

한경면 용수마을방사탑 1호
↑한경면 용수마을방사탑 1호

한경면 용수마을의 바닷가 정면에 남북으로 서 있는 2기의 방사탑 중 북쪽에 서 있는 탑이다. 이 마을의 방사탑은 바다 방향의 허한 기를 보강해주기 위해 세운 것으로, 2기 모두 탑 위에 새 부리 모양과 비슷한 돌이 놓여 있어 ‘매주제기’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이 탑은 ‘새원’이라는 암반 위에 세웠다하여 ‘새원탑’이라고도 하는데, 돌탑 위에 놓인 새의 석상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이호이동 골왓마을방사탑 5호

이호이동 골왓마을방사탑 5호
↑이호이동 골왓마을방사탑 5호

골왓 마을 남쪽에 있는 5기의 방사탑 중 1기이다. 골왓 마을은 사악한 기운을 막는 방위가 남쪽이기 때문에 검문소 남쪽에 동서로 나란히 4기를 쌓고,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1기를 쌓아 두었다.

조천읍 신흥리방사탑 2호

조천읍 신흥리방사탑 2호
↑조천읍 신흥리방사탑 2호

조천읍 신흥리방사탑은 포구의 방파제 부근에 1기, 북서쪽 바닷가에 1기로 모두 2기가 있다. 그 중 북서쪽 바닷가인 ‘새백개’ 쪽에 자리한 탑으로 ‘오다리탑’ 또는 ‘생이탑’이라고 한다. 암반 위에 놓여 있으며 탑 위로 길쭉한 돌이 있어 양탑(陽塔)을 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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