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원’ 한라산의 1100고지에는 대자연이 빚은 하늘 아래 정원이 있다. 바로 1100고지 습지다. 초지와 습지, 바위, 울창한 숲이 뒤엉켜 거칠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 한라산의 특이한 산세와 돌밭 등 직접 가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가 있다.
2009년 람사르 습지 보호지역으로 선정되며 국내 12번째 람사르 습지가 되었는데, 희귀한 식물 생태계는 물론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도 서식하고 있어 자연의 원초적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제주에만 있는 아름다움, 오름은 제주의 풍광을 더욱 이채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 중에서도 습지를 품고 있으면서 람사르 습지로 선정된 곳들이 있다. 물장오리 오름은 2008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고 2010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특별한 곳이다.
이곳에는 제주를 만든 설문대할망의 전설도 전해온다. 밑이 터져 있어 깊이를 알 수 없는 이 물장오리오름 습지의 깊이를 확인하려던 설문대할망이 물에 빠져버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물장오리오름 습지의 정확한 수심을 알 수 없다고 하니 더욱 신비하게 느껴진다.
오름의 정상 분화구에 자리 잡은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지하수나 하천 없이 빗물만으로 만들어진 습지다. 습지 안에는 수많은 희귀 습지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은 비와 안개가 잦은 편이라 흐린 날에 방문하면 정글처럼 자연과 안개에 휩싸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물영아리의 ‘영아리’는 제주어로 ‘신령’이라는 뜻인데, 이 풍경을 보면 선조들이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숨은물뱅듸 습지는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습지다. 삼형제오름과 살핀오름, 노로오름으로 둘러싸인 곳에 웅덩이 형태로 형성되어 있는 것. 접근하기 쉽지만 습지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21번째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숨은물뱅듸는 숨어있는 물 벌판이라는 뜻으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동식물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데, 늦여름에는 특히 아름다운 수생식물들이 가득 자라나 아름다움을 더한다.
2010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은 이름 그대로 가까이에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제주의 독특한 지형인 곶자왈 숲 속에 형성된 내륙습지로 지하수를 많이 머금고 있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더욱 가치가 높다. 동백동산은 크고 작은 습지 여러 개가 모여 있는 형태로 그 중에 가장 큰 습지는 빗물이 고여 형성된 먼물깍 습지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것은 먼물깍 습지 주변 0.6km 정도지만, 근처에 새로판물, 봉 근물, 혹통, 구덕물 등 수십 개의 습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