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는 한라산 동쪽 끝 해안가에 위치하며 해발 고도 50m 이하의 낮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고 작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이다.
하도포구 바로 맞은편에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 성곽을 볼 수 있다. 이 성곽은 제주도 기념물 24호인 별방진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축조한 성이다. 성벽으로 올라가면 성벽 아래로 하도포구와 예쁜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별로 높지 않아 보였는데 돌계단을 올라 성벽 위에 올라가보니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둘레 약 724m, 높이 약 2m 정도라고 하는데, 높이가 있어서 바람도 꽤 거센 편이었다.
별방진은 제주의 3성 9진의 방어체계중 ‘진’을 담당했다. 조선 중종 5년(1510)에 목사 장림(張琳)이 왜선의 정박지가 근처의 우도에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성을 쌓은 뒤 김녕에 있던 진을 하도리로 옮겨 별방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별방진은 현무암을 깎아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튼튼하고 진성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지형을 이용하여 쌓았으며 성곽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성곽들 중 비교적 성벽이 많이 남아있어 당시 이 지역의 성 쌓는 방법과 규모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고 한다.
성곽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유채꽃들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곽 안쪽 마을은 별방진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왔다고 한다. 별방진 안에 모여있는 빨강, 파랑 지붕들을 보며 제주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물을 볼 수 있는데 이 우물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우물이라고 한다. 원래 식수로 봉천수와 용천수를 이용하다가 1930년대에 들어서는 동네마다 우물을 만들어 이용하였다. 제주도 안무어사로 부임했던 김상헌의 남사록(1601)에 “별방진성 내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그 맛은 짜다”라고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하도리는 바다와 마을이 예쁜 마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별방진과 하도리 구석구석을 걸으며 제주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