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제주 나들이

제주의 동쪽 끝마을, 구좌읍 종달리
한라산에서 동쪽으로 가장 먼 마을, 구좌읍 종달리는 제주 특유의 한가로운 마을 풍경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다. 고(故)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용눈이 오름, 제주 최고의 소금 산지였던 소금밭 자취, 여름마다 가득 피어오르는 수국 그리고 제주 동쪽의 비경을 품은 땅의 꼬리라는 뜻의 지미(地尾)봉까지. 제주의 동쪽 끝마을인 구좌읍 종달리를 만나보자.
글. 편집실, 자료. 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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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

제주의 서쪽 끝이 한경면 두모리라면, 제주의 동쪽 끝은 구좌읍 종달리다. 종달(終達)리는 이름의 유래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종(鐘)처럼 생긴 지미봉(地尾峰) 아랫마을을 뜻한다는 설, 종다릿개(終達浦) 포구 이름을 따왔다는 설, 제주의 행정구역을 재편할 때 제주목의 마지막 마을이라는 뜻으로 ‘종달’이라 명명했다는 설 등이 있다. 지금은 올레 1코스가 지나는 곳이자 21코스의 마지막 마을로 올레꾼들을 맞고 있다. 6월이면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수국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을 곳곳에도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수국을 즐길 수 있다.

↓지미봉 정상 전경
지미봉 정상 전경
지미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 지미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지미봉 정상 전경
↑ 지미봉 정상 전경

제주 최대 소금 생산지의 자취

크고 작은 오름을 지나 완만한 구릉성 지대가 바다와 맞닿아 있는 종달리는 한때 제주 최대의 소금 생산지였다. 제주는 비가 잦아 태양열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天日鹽)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래서 농축된 바닷물을 가열해 얻는 자염(煮鹽)을 만들어야 했는데, 종달리는 암석 위주의 다른 제주 해안과는 다르게 널찍한 모래 해안과 땔감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름, 주요 어장인 성산포가 가까워 염전이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췄던 곳이다.

이곳에서 난 소금은 제주도 전역으로 팔려갔을 뿐만 아니라 유난히 질이 좋아 임금님에게 진상됐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종달리 주민의 반 이상이 소금 만드는 일에 종사할 정도여서 종달리 주민을 ‘소금바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8.15 광복 후 육지의 천일염이 대량으로 들어오자 종달리의 염전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당시 북제주군 군청은 1969년 종달리 소금밭 32㏊을 대대적으로 간척해 논으로 바꿨다. 지금은 논 농사도 짓지 않아 넓은 갈대밭으로 변모했다. 현재 마을회관 앞에 소금밭 전시관을 마련해 염전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종달리 소금밭 종달리 소금밭
↑종달리 소금밭

제주에서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곳

종달리 곳곳에는 종달리 주민들의 삶의 자취가 남아 있다. 바닷가에는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이 있다. 종달리에는 자연 그대로를 활용한 불턱이 많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고망난 돌 불턱’은 여러 명이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큰 규모로, 특이하게 아치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해녀들이 비를 피하거나 잠시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갖고 있다. 포구 서쪽에는 풍요와 안녕을 비는 ‘생개납 돈짓당’이 있다. 앞바다의 큰 바위를 신석으로 삼아 제를 지내는 해신당이다. 척박한 땅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바다에 의지했던 옛 사람들이 바다에 나가기 전 무사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냈다.

마을 안에는 큰 바위 밑에서 솟아나는 ‘엉물’이 있다. 종달리는 오막개물, 전수물, 엉물 등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엉물만 남아 있다. 엉물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여탕으로 채소도 씻고 빨래도 하는 곳이었으나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주민이 그 자리를 복원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 고망난 돌불턱 ↑ 고망난 돌불턱
  • 생개납 돈짓당 ↑ 생개납 돈짓당
  • 엉물 ↑ 엉물
  • 엉물 ↑ 엉물

마을을 감싼 지미봉과 용눈이오름

종달리 북동쪽에는 마을의 상징인 지미봉이 우뚝 솟아 있어 마을을 수호하고 있다. ‘땅끝 봉우리’라는 뜻의 지미봉은 고도 165m로 높지는 않지만 경사가 가파른 편이어서 오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미봉 정상에 오르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우도와 성산일출봉 등 동쪽 비경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 왼편에는 우도, 오른편에는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제주 특유의 마을 풍경이 고스란히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지미봉과 함께 크고 작은 5개의 오름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다. 그중 중산간지역으로 향하는 길에 용눈이오름이 있다. 부드러운 능선과 억새풀이 아름다운 용눈이오름은 고(故) 김영갑 작가가 사랑했던 오름으로 지금도 많은 사진 작가들이 찾는 곳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3개의 분화구가 용의 눈처럼 보인다 하여 용눈이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봄과 여름에는 푸르른 잔디가 뒤덮이고, 가을과 겨울에는 억새가 가득하다.

지미봉,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광경은 덤이다. 아쉽게도 용눈이오름은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가 2023년 1월 31일까지 올라갈 수 없지만, 아름다운 능선과 풍성한 자연 풍경으로 종달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
  •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
  •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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