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쪽 구좌읍은 우리나라 최대의 당근산지다. 당근 주요 생산지는 강원도 평창, 경남 밀양과 김해 등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겨울에 당근을 수확할 수 있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제주는 한겨울에도 따스한 편이기 때문에 당근 재배가 가능한 것. 또 당근 같은 뿌리채소는 기온이 낮아지면 더욱 맛있어지는데, 잎과 줄기에 가던 영양분이 뿌리로 모일 뿐만 아니라 얼지 않기 위해 체내에 당 함량을 높여 어는 점을 낮추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조건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곳이 바로 제주다.
또 하나 제주 당근의 비밀은 바로 흙과 물이다. 잎채소나 열매채소보다 뿌리채소가 토양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마련인데, 뿌리가 썩지 않고 영양분을 잘 머금어야 하기 때문에 물이 잘 빠지고 양분도 충분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의 당근산지인 구좌읍은 이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화산활동에서 비롯된 흑색 화산회토가 많아 물빠짐이 좋고 유기물 함량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도 고이지 않고 잘 빠지니 당근이 안전하게 자라기에는 최적이다. 그래서 구좌 당근이 특히 더 달고 향이 짙기로 유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