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항 서쪽에는 바다에서 용천수 솟는 곳이 많이 있다. 용천수가 나오는 안쪽에는 ‘영등당(서문하르방당)’이라고 하는 당이 있는데 지금도 마을분들이 제를 올리는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는 곳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영등물은 제를 지낼 때 또는 주민들이 몸을 씻거나 생활 용수로 사용해왔다.
영등물을 시작으로 김녕마을 10경 중 하나인 바당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걷기 좋은 길이 됐다. 영등물에서 동쪽으로 200미터 정도만 걸어가면 모랫밭물이라는 용천수가 보인다. 목욕은 물론 식수로도 이용되던 모랫밭물은 현재 복원되어 더운 여름날 발을 담그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름만 있는 이 세 개의 용천수를 찾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이정표도, 아는 이도 없이 잊혀져 가고 있는 용천수이기 때문이었다. 묻기를 여러 번 하고 백련사 근처에 있다는걸 알아냈지만 몇 바퀴를 돌고서야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백련사를 지나 동쪽으로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멀리 수감물을 지키고 있다는 커다란 팽나무가 보이고 그 길을 따라가면 수감물터가 있다. 오랫동안 인적이 없었는지 거미줄을 헤치고서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궤 앞에는 식수통, 그 뒤로는 일자형 빨래터가 있으며 여름에는 여자들이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감물과 흐른물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고냥물은 돌구멍에서 물이 솟아난다고 해서 고냥물이라 불렀는데, 바다의 영향으로 짠맛이 나서 식수로 사용하기보다는 남자들이 목욕하는 물로 사용했었다고 하는 용천수였다. 고냥물에서도 보이는 흐른물은 동네 가까이에 있는 산물이다. 이 산물은 팽나무 밑 아래서 산물이 흐르듯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식수로 사용했으며 여자전용 산물이었다.
흐른물을 지나 동네로 들어가 본다. 마을이 정말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김녕벽화마을거리에는 그림벽화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벽화가 전시되어 있어서 올레길 20코스를 걷는 이들이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청굴물은 김녕의 최고 자랑인 만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픈 이들에게는 치유의 물, 동네 아이들에게는 수영장이 되어 주었다. 찾아간 시간이 간조 때여서 물이 많진 않았지만 만조 때가 되면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힘들다고 한다. 물이 맑고 푸른빛을 내서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농사꾼에게는 소와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는 청굴물은 그 유명세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김녕의 자랑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게웃샘물은 마을 한가운데 땅 아래 동굴 속에서 용천수가 솟고 있는 곳이다. 동굴은 입구가 수직 형태이며 폭 5m, 길이 300m 정도이며 물줄기가 바닷물과 이어져 있다고 한다. 밀물 때는 바닷물과 섞여 염분이 좀 남아 있지만 썰물 때는 담수가 맑고 차갑다. 마을 행사 때는 꼭 이 물을 사용하였으며 가정에서 제사 시에 이 물을 사용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현재 개웃샘물 입구에는 철문이 설치되어 동굴까지 내려가 볼 수는 없다. 철문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개웃샘물의 깨끗한 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아직까지 용천수가 많이 나오고 누군가가 잘 관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어른들은 *“놋 씻을 때 물 하영 쓰면 저승 강 다 먹어사 헌다”라고 말씀하신다. 한 방울의 물도 귀하게 여기고 아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의 대부분의 마을이 그러하듯이 김녕마을에서도 물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고 아껴 써야만 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속담 뜻 : 세수할 때 물을 많이 쓰면 죽어서 저승에 가 생전에 세수할 때 썼던 물을 다 마셔야 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