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닥한 제주 마을

물이 깨끗한 아름다운 마을,
동명리
제주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35km 거리에 있는 한림읍 동명리는 맑은 샘이 풍부하게 솟아나서 과거 수류촌(水流川)이라 불렸고 현재도 깨끗한 식수를 자랑한다. 한림항 주변에서부터 산간까지 길게 뻗어 있는 지형이어서 청정 바다와 아름다운 중산간의 풍광을 모두 볼 수 있다. 진근동, 문수동, 한천동, 남문동 등 자연마을이 있으며 제주의 방어유적으로 유서 깊은 명월성지와 한림읍 지역의 생명수인 상수원이 위치해 있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제주 공감곱닥한 제주 마을 (아름다운 제주 마을)
물이 깨끗한 아름다운 마을, 동명리
제주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35km 거리에 있는 한림읍 동명리는 맑은 샘이 풍부하게 솟아나서 과거 수류촌(水流川)이라 불렸고 현재도 깨끗한 식수를 자랑한다. 한림항 주변에서부터 산간까지 길게 뻗어 있는 지형이어서 청정 바다와 아름다운 중산간의 풍광을 모두 볼 수 있다. 진근동, 문수동, 한천동, 남문동 등 자연마을이 있으며 제주의 방어유적으로 유서 깊은 명월성지와 한림읍 지역의 생명수인 상수원이 위치해 있다.
글, 사진 김윤정 여행작가

삼별초의 항쟁 역사가 숨 쉬는명월성지

살갑게 부는 가을바람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길 위의 풍경이 그립다. 또다시 길을 나선다. 차창 너머 브로콜리, 양배추, 쪽파 등 초록의 향연이 이어진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시원하다. 애월읍과 한림읍의 여러 마을을 지나니 어느새 동명리다. 안내판이 보인다. 마을의 자랑 명월성과 용천수가 짤막하게 소개돼 있다.
명월진성 남문 옹성 앞에서 잠시 길을 멈춘다. 조선시대 외부의 침략에 대비해 제주도에 3개 읍성, 9개 진성 그리고 25개 봉수와 38개 연대의 방어시설이 구축됐다. 명월진성은 9개 진성 중 하나로 삼별초의 항쟁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별장 이문경이 명월포(현 한림항 인근)에 상륙해 관군을 제압하고 김통정 장군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이곳 명월진은 군사 요충지로 부각됐다. 이후 조선시대 목사 장림이 1510년(중종 5년)에 비양도에 침입하는 왜군을 막기 위해 목책으로 둘러 명월진성을 쌓았고 1592년(선조 25년)에 목사 이경록이 석성으로 개축했다.
명월진성은 현재 성의 일부분이 복원되어 있다. 둥글게 쌓여 있는 옹성과 옹성 위 초루에 유독 눈길이 머문다. 성벽은 곡선을 타며 바다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계단을 걸어 초루에 올라선다. 가까이에 진근동 마을이 펼쳐지고 멀리 비양도까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성담을 걷는 사람들
↑성담을 걷는 사람들
초루에서 바라본 성담
↑초루에서 바라본 성담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수류촌 밭담길

성담 아래로 일찍 길을 나선 여행객의 모습이 보인다. 명월성지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른 아침 어디로 가는 여행객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성담 위로 성큼성큼 올라온다. 풍경에 감탄을 한다. 그들을 바라보며 성담 위를 천천히 걷는다.
성담 아래로 밭담을 따라 양배추와 파, 브로콜리가 가득 심어져 있다. 밭담이 땅의 경계를 나누며 멀리멀리 나아가고, 초록이 발산하는 따듯함이 경계를 넘어 끝없이 이어진다. 밭담은 밭 주변을 둘러쌓은 돌담이다.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 중 하나로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산섬 제주의 토양에는 돌들이 수없이 섞여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돌들을 계속 걷어내야 한다. 밭에서 골라내 옆으로 치운 현무암 돌을 얼기설기 쌓아올려 만든 것이 바로 밭담이다. 밭담은 밭의 경계를 나누기도 하지만 강한 바람과 가축으로부터 작물을 지켜준다. 밭담을 따라 걸으면 마을 정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제주에는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을 포함해 애월읍 수산리의 물메, 구좌읍 월정리의 진빌레, 구좌읍 평대리의 감수굴, 성산읍 신풍리의 어멍아방, 성산읍 난산리의 난미, 한림읍 귀덕리 영등할망 밭담길이 조성돼 있다.

*FAO :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성담 아래 밭담길 풍경
↑성담 아래 밭담길 풍경

명월성지 가까운 곳,부지런한 마을 진근동

길을 걷는다. 계절이 꾸밈없이 선사하는 풍경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우둘투둘한 길의 감촉이 그대로 두 발에 전해온다.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희미하게 보이는 오름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안녕을 말한다.
진근동 마을 안에 들어선다. 진근동은 명월성지 가까운 곳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저기 멋스러운 팽나무들이 소독통, 농기구들과 한 몸인듯 어울려 서 있다. 낯선 객이 왔음을 알아챘는지 개들이 짓기 시작한다. 개들을 피해 팽나무 쉼터를 찾아간다. 빈 의자가 자리한 쉼터에 가을 햇볕이 잘 들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의 기운이 여유롭다. 생각 없이 쉼터에 앉아 오고 가는 차들을 구경한다. 조금 쉬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밭일을 하고 있는 삼춘의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파종을 하고 있다.
“삼춘 지금 뭐 심는 거 마심.” “쪽파, 조금 늦긴 해신디.” “지금 심으면 언제 수확할 수 있는 거 마심.” “내년 3월이나 4월 정도에 수확할 거.”
양배추 밭에서는 삼춘이 허리를 펼 새 없이 두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밭담 바로 옆에는 새참 광주리가 소박하게 자리한다. 할머니이면서 어머니인 삼춘들 덕에 매번 똑같은 하루가 시작될 거 같은 고된 풍경들이 힘 있게 살아 움직인다.

  • 소독통과 함께 있는 팽나무 ↑소독통과 함께 있는 팽나무
  • 쪽파 파종하는 모습 ↑쪽파 파종하는 모습
  • 마을의 작은 창고 ↑마을의 작은 창고

맑은 물이 솟아나는용천수 개명물과 문두물

동명리는 예부터 수류촌이라 불렸다. 동명답이라는 논밭이 조성됐을 정도로 물이 풍부했다. 한림읍 금악리 누운오름에서 발원해 한림읍 중앙을 가로지르는 옹포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물줄기가 맑은 물이 솟는 용천수가 됐다. 개명물과 문두물이 대표적이다.
물소리가 기운차다. 소리가 이렇게 힘찰 수 있을까? 발걸음이 저절로 물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한다. 비가림 시설 벽면에 개명물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다. 1960년대에 상수원으로 이용됐던 개명물은 물맛이 좋다고 알려졌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니 깨끗한 물이 힘차게 흐른다.
개명물 바로 옆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옹포천이 보인다. 잠시 옹포천의 물줄기를 따라 걷는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린다. 낡고 작은 창고가 다 자란 브로콜리를 무심한 듯 지켜본다. 개명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문두물이 있다. 문두물을 마시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이 전한다. 문두물로 걸음을 옮긴다. 문두물 안을 들여다본다. 얕은 물이 참 맑다.
  • 개명물 ↑개명물
  • 문두물 ↑문두물
  • 밭담길 캐릭터 ↑밭담길 캐릭터

청정 바다와 아름다운 중산간 풍경에 반하는동명리 마을

문수동에 서서 노쇠한 두 그루의 팽나무를 마주한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딘 것일까? 팽나무 아래 쪽에는 문수천을 표시하는 작은 표지석 비스듬히 서 있다. 문수천을 따라 걷다가 발길을 다시 명월성지 남문으로 돌린다. 주황색 감귤이 달린 밀감 밭 너머로 멀리 보이는 비양도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답다. 활짝 핀 하얀 감자꽃이 곱다. 브로콜리 밭담에 앙증맞게 꽂혀있는 수류촌 밭담길의 캐릭터가 반갑다.
파 수확을 끝낸 트럭 한 대가 내려온다. 길을 비켜주며 트럭을 따라 바다 끝을 바라본다. 바람이 다가온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청정 바다와 아름다운 중산간 풍경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마을, 한림읍 동명리 마을이다.
문수동의 노쇠한 팽나무
↑문수동의 노쇠한 팽나무
파를 싣고 달리는 트럭
↑파를 싣고 달리는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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