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쿰다(제주를 품다)제주 문화 돋보기

제주 문화 돋보기

온 마을의 잔치, 제주의 혼례풍습
예부터 제주에서 혼인은 개인 혹은 그 양가 집안만의 일이 아니었다. 친인척이 함께 어우러지고, 마을 공동체가 결속을 다지는 잔치였다. 결혼식만으로 3일이 걸리고, 준비와 잔치에 모두 7일의 일정이 소요된다고 해서 일뤠잔치 혹은 이레잔치라고도 불렀다.
편집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주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

결혼은 공동체 잔칫날

제주도의 혼례는 그야말로 ‘잔치’ 그 자체였다. 결혼식 전날 양가 친척들이 모이는 ‘가문잔치’, 결혼식 당일 양쪽 집안에서 각각 치르는 ‘잔치’, 결혼식 다음 날 신부의 집에서 치르는 ‘사돈잔치’, 그 다음 날 신랑 집에서 치르는 ‘사돈잔치’까지. 이렇듯 결혼식은 일반적으로 3일이 걸리고, 준비와 잔치 후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까지 길게는 7일이 걸렸다.
잔치는 음식준비부터 시작한다. 혼례 하루나 이틀 전 돗(돼지)을 잡고, ‘돗 잡는 날’ 친척이나 이웃이 참석해 술 한 잔 나누는 것을 일종의 부조로 생각했다. 돗 잡는 날 저녁때쯤 가문잔치를 한다. 가문잔치는 신랑과 신부 집에서 따로 이루어진다. 가문잔치는 궨당(친인척)끼리 모여 앉아 사돈집에 참석할 우시(상객), 대반(신랑신부 옆에서 접대하는 사람), 중방(신부 집에서 신랑을 맞이하는 사람) 등을 결정한다. 제주도는 마을내혼이 많았기 때문에 친가와 외가가 한 마을에 살거나 인근 마을에서 거주해 집안의 큰일에 함께 참여했다.
폐백사둔열맹(1975 제주도 선흘리 혼례 재현)
↑폐백사둔열맹(1975 제주도 선흘리 혼례 재현)
혼인 당일 아침에는 문전제와 조상제사를 지낸다. 문전제는 집안을 지켜주는 문전신에게 고하는 의례이며, 조상제사는 집안에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것을 조상에게 알리는 제사를 뜻한다. 혼인 다음 날 아침에는 새신랑과 신부가 가까운 친척집을 방문하여 인사드리는 열맹(문안인사)을 한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나 제주도 해안동에서는 올래알림, 골목알림, 문안인사, 조례, 숙기둘레라고도 한다. 사돈끼리는 신부집과 신랑집을 서로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는 사돈잔치를 한다. 사돈잔치는 ‘두불잔치’라고 하는데, 이는 신랑과 신부집에서 각각 이루어지므로 두 번의 잔치라는 뜻에서 그렇게 부른다.
사돈잔치가 끝나면 신부집에서 신혼부부와 함께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이 밤을 새워 ‘신랑다루기’를 하며 잔치를 즐긴다. 그 다음 날에는 신부의 아버지와 신부 쪽 근친들이 함께 신랑 집을 방문한다.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어서여 혼인의례가 끝난다.

혼례 잔치의 필수, 돗 잡는 날

제주도의 혼례절차는 ‘돗 잡는 날’부터 시작된다. 돗 잡는 날을 말 그대로 돼지 잡는 날이다. 신랑과 신부 집에서 각각 따로 치러졌는데, 집에서 돼지를 키워 잔치음식을 대비하고, 혼인날이 정해지면 이틀 전에 친척들이 모여 돼지를 잡고 음식을 준비했다. 그렇기 때문에 혼례 준비 중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름 아닌 새끼돼지를 키우는 일이다. 다 큰 돼지를 잡아야 하니 족히 1~2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잔치에 필요한 많은 양의 고기를 한 번에 준비하기 어려우니 집안에서 미리 돼지를 키운 것이다. 돗 잡는 날은 혼례에 참석하고 준비를 함께 도와주는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다. 이날은 돼지를 잡고, 돼지고기를 삶아 준비하고, 천막을 치는 등 혼례식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 돼지를 잡느라 고생한 남자들에게는 돼지 간과 술을 대접하는 것이 관례였다. 과거에는 혼례 중 가문잔치의 비중이 높았기에 돗 잡는 날을 소홀히 하면 잔치도 아니라고 흉잡히기 십상이었다. 최근에는 집에서 돼지를 키우지도 않을 뿐더러 돼지를 사다가 잡거나 혹은 삶은 돼지고기를 사서 진행하는 것으로 간소화되었으며, 가문잔치도 보기 드물다.
돗잡는 날(1975 제주도 선흘리 혼례 재현)
돗잡는 날(1975 제주도 선흘리 혼례 재현)
↑돗잡는 날(1975 제주도 선흘리 혼례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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