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제주 나들이

제주바다가 만들어낸 신화, 설문대할망
대부분의 섬이 그러하듯 제주 역시 바다로 인해 단절된 경우가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지로 편히 오갈 수 없는 공간이기까지 했다. 이런 독특한 경험으로 제주바다는 외지인에게 단절의 의미와 함께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에서 신선의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제주 창조신화 중 하나인 설문대할망 설화는 바로 이러한 제주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 이삭 도민기자, 사진. 픽사베이, 제주관광공사, 참고자료. 제주도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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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창조한 여신이며 거인으로 ‘설명두할망’ 또는 ‘세명뒤할망’이라고도 한다. 옥황상제의 말젯(셋째)딸이라는 설도 있으나 각 지역마다 구전되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각 지역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살펴보면 제주도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1. 한라산의 탄생

설문대할망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거신(巨神)이었다. 설문대가 어느 날 바다 한 가운데에다 치마폭에 흙을 가득 퍼 나르기 시작했다. 치마에 난 구멍들 사이로 흙부스러기가 조금씩 끊임없이 떨어졌다. 드디어 커다란 산이 하나 완성되었다. 어찌나 높은지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다고 해서 ‘한라산’이라 이름 지어졌다.

한라산
↑한라산

2. 산방산의 발생

치마 구멍 사이로 떨어져 쌓인 흙들은 ‘오름’들이 되었다. 한라산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 설문대는 봉우리를 꺾어 던져버렸고 그 부분이 움푹 패어 백록담이 되고, 봉우리는 안덕면 사계리로 날아가 ‘산방산’이 되었다.

산방산
↑산방산

3. 마라도와 성산일출봉

설문대는 어찌나 컸던지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는 제주시 앞바다에 있는 관탈섬(제주도 북쪽에 위치한 무인도)에 걸쳐졌다. 빨래를 할 때는 팔은 한라산 꼭대기를 집고 서서 관탈섬에 빨래를 놓아 발로 문질러 빨았다. 그런가 하면 한라산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왼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오른쪽 다리는 마라도에 놓고, 성산일출봉 분화구를 바구니로 삼고 우도를 빨랫돌로 삼아 빨래를 하기도 했다.

↓마라도
마라도 성산일출봉
↑성산일출봉

4. 우도 이야기

우도는 원래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었다. 어느 날 설문대가 한쪽 발은 성산읍 오조리에 있는 식산봉에 디디고, 한쪽 발은 일출봉에 디디고 앉아 오줌을 쌌다. 그 오줌줄기가 어찌나 세었던지 땅 조각이 하나 떨어져 나갔는데, 그것이 바로 우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성산과 우도 사이의 물살이 유난히 세고 빠르다고 한다.

우도
↑우도

5. 제주의 바위줄기들

설문대는 너무 커서 제대로 된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주백성들에게 속옷 한 벌만 만들어 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했다. 설문대의 속옷 한 벌을 만들려면 명주 1백통이 필요했다. 제주백성들은 최선을 다해 명주를 모았지만 99통밖에 되지 않았다. 한 통이 모자라 설문대의 속옷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설문대도 다리를 좀 놓다가 중단해버렸다. 조천리, 신촌리의 앞바다에 있는 ‘여’라고 부르는 바위줄기들이 그 흔적이라고 한다.

조천해안 바위줄기
↑조천해안 바위줄기

6. 용천수 이야기

설문대는 그 큰 키가 자랑거리였다. 그래서 제주도 안에 있는 깊은 물들 가운데 자신의 키보다 깊은 것이 있나 시험해 보기로 했다.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소’가 깊다는 말을 듣고 들어서보니 물이 발등에 닿았다. 서귀포시 서홍리에 있는 ‘홍리물’이 깊다고 해서 들어서보니 무릎까지 닿았다. 그렇게 물이란 물은 다 들어서보며 깊이를 시험하고 다녔다.

용천수-용소(용연)
↑용천수-용소(용연)

7. 마르지 않는 물장오리

어느 날 한라산에 있는 ‘물장오리’에 들어섰다가 영영 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물장오리는 밑이 터져 한없이 깊은 물이었던 것이다. 설문대는 그렇게 물장오리에 빠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물장오리 오름
↑물장오리 오름

8. 영실의 오백장군

또 다른 이야기 한 가지. 할망에게는 설문대하르방과의 사이에 오백 아들이 있었다. 하루는 사냥 나간 오백 아들들에게 먹일 죽을 끓이다 가마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를 모른채 죽을 먹던 아들들은 할망이 솥에 빠져 죽은 것을 알고는 슬피 울다 영실의 오백장군으로 불리는 기암괴석이 되었다.

이렇듯 제주 창조 신화에 나오는 설문대할망은 바다로 인해 외부와의 교류가 단절되었던 그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이 아주 잘 담겨져 있다. 신이 빚은 선물 같은 제주도 자연 환경의 경이로움과 장엄함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이 설화가 힘을 잃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제주도 곳곳에 펼쳐진 경관들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허무맹랑하면서도 잔망스러운 설문대할망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이어져 제주의 문화유산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오백장군을 상징하는 영실기암 돌기둥
↑오백장군을 상징하는 영실기암 돌기둥
※ 참고자료
  • 제주도(1995),『제주의 민속(3)』
  • 제주도(1985),『제주도 전설지』
  • 제주도(2001),『제주여성문화』
  • 고대경(1997),『신들의 고향』, 도서출판 중명
  • 김순이(2001),『제주도 신화와 전설1』, 제주문화
  • 김순이(2001),『문화, 영웅으로서의 제주 여신들』
  • 현용준(1976). 「제주도 신화」.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전설」. 서문문고
  • 현용준(1996). 「제주도 민담」. 제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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