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제주 용천수는 제주도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귀한 물이다. 제주도 용천수는 상수도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1980년대 이전까지 식수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생활 및 농업용수로도 이용되었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민의 생명수이자 젖줄이 되어주고 있다. 제주도 내에는 모두 1,023개의 용천수가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 해안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남원읍 위미3리에 위치한 태웃개는 ‘태우(떼 배)를 메어두는 곳’이라는 의미로 종정포구라고도 불린다. 태웃개는 산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용천수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와 접하고 있음에도 물이 짜지 않고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여름이면 천연수영장이자 스노쿨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이 수영장으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용천수와 바다 사이에 작은 방파제가 있어 파고가 낮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루 종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용천수가 솟구치는 구간은 수온이 약 8~10℃로 더위 해소에 제격이다. 여전히 용출량이 많은 곳이라 간조 때에는 실제로 용천수가 솟구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넙빌레물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1리의 서쪽 해안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로서, 위미1리 주민들이 여름철 물놀이 때 자주 이용하던 용천수이다. 이름은 넓은 ‘빌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는데, “넓고 평평하게 쌓인 용암 암반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줄기가 큰 두 곳을 정하여 서쪽의 용천수는 남탕으로, 동쪽의 용천수는 여탕으로 나누어 정비되어 있다. 현무암 암반 사이에서 용출되는 넙빌레물은 특히 수질이 좋아 식수로도 사용되었으며, 여전히 용출되는 곳이 4~5군데나 된다.
공천포구는 남원읍 신례리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올레 5코스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공천포는 ‘맛이 좋은 샘물을 바친다’라는 뜻으로 지어진 지명 ‘공샘이’가 공천포로 바뀌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해안 용천수의 용출량도 많아 식수가 귀했던 제주에서도 마실 물 걱정이 없던 곳이다. 지금도 공천포 앞바다를 바라보면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을 많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