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 본향당의 당신은 백주또 여신이다. 백주또는 남편인 소로소천국과 결혼하여 아들 열여덟과 딸 스물여덟을 낳았는데, 이 자손들이 제주 전 지역으로 흩어져 당신(堂神)으로 좌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당 본향당을 제주 각 마을 당의 조상으로 여기며 ‘불휘공(태초의 뿌리)’이라고 부른다. 당굿은 음력 1월 13일 신과세제, 2월 13일 영등제, 7월 13일 마불림제, 10월 13일 시만국대제 때 행해지는데, 제주 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오름은 한자로는 당악(堂岳)이라고 쓰는데, 북서쪽 기슭에 송당 본향당이 있어서 당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체적으로 나직하고 둥그스름한 산체를 이루고 있는데, 서북쪽은 완만한 사면을 이루고 있고 북쪽 사면은 얕게 패어 내려서 북서쪽으로 침식된 말굽형 화구를 지닌 화산체다. 특히 송당 본향당의 신당을 거쳐 올라가면 삼나무와 소나무로 빽빽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아부오름은 마을 남쪽에 있는 오름으로 ‘앞오름(전악, 前岳)’이라고 불렸다는 유래와, 움푹 파인 산 모양이 어른이 좌정해있는 믿음직한 모습과 같다고 해 ‘아부악(亞父岳,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큰 산이라는 뜻)’이라고 했다는 유래가 있다. 오름 정상에는 함지박처럼 둥그런 굽부리가 파여 있으며 오름 대부분이 풀밭으로 이뤄져 있다. 아부오름은 주차장에서 350m 정도만 걸어 올라가면 금세 분화구 둘레길에 도착해 제주 오름 중에서도 오르기 쉬운 오름이다. 분화구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 주변의 기가 막힌 오름 군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거슨세미오름은 서남쪽 굼부리에 한라산으로 거슬러 흐르는 샘(세미, 泉)이 있어 ‘거슨세미’라 불렸다. 오름에 샘이 있으면 ‘세미’라는 이름이 붙는데, 이 거슨세미오름은 보통 하천이 한라산에서 바다로 흐르는 것과 반대로 한라산을 향해 흐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북쪽에는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 남쪽에는 칠오름과 민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거슨세미오름 입구에는 송당마을 주민들이 직접 조림한 비자나무 삼림욕장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오름 입구에서 왼쪽으로 가면 거슨세미물을 거쳐 정상으로 돌아오는 짧은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데, 시간여유가 있다면 오른쪽 삼나무숲, 편백나무숲길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송당리의 사진 명소로 떠오르는 곳으로 대부분 오름을 오르기 보다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곳이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고 있으며, 탐방로를 따라 걷다가 사진스팟이 있으면 사진도 찍고 쉬어갈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구경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길 초입이 비포장길로 험난한 편이어서 조금 멀지만 포장도로로 돌아서 가는 것이 좋다.
제주 오름 산행은 늘 감사하기만 하다. 조금만 올라가도 멋진 풍경을 선물해 주니 어찌 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제주 동쪽에 오름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송당마을에 이렇게 많은 오름이 있는 줄은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높고 낮은 오름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그 아름다움을 이곳 송당마을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