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쿰다(제주를 품다)제주 문화 돋보기

제주 문화 돋보기

탐라의 시작을 품은 세 이름, 제주 토착 삼성(三姓)씨 이야기
제주에는 섬의 시작을 설명하는 오래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삼성혈에서 솟아난 세 신인,
그리고 그로부터 이어졌다고 전해지는 고(高), 양(梁), 부(夫) 세 성씨의 유래는 탐라의 시작과 함께 제주의 시간을 열어온 상징처럼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를 넘어, 척박한 섬에 삶의 질서가 자리 잡고 공동체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품고 있다.
고·양·부 삼성(三姓)의 뿌리를 따라가며, 제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이어져 온 탐라의 시작을 들여다본다.
편집실
태초의 제주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라산 북쪽 기슭 모흥혈, 곧 오늘의 삼성혈에서 양을나·고을나·부을나 세 신인이 솟아났고, 이들은 가죽옷을 입고 사냥을 하며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동쪽 바닷가에 나무함 하나가 떠밀려 와 닿았고, 그 안에는 세 공주와 함께 오곡의 씨앗, 송아지와 망아지가 들어 있었다.
세 신인은 이들을 맞아 혼인하고, 수렵의 삶에서 농경과 목축의 삶으로 나아가며 비로소 탐라의 터전을 열었다고 전한다.
제주 삼성신화가 더욱 특별하게 읽히는 이유는, 많은 건국신화처럼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알에서 태어나는 영웅 서사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제주의 시조는 땅에서 솟아나고, 변화는 바다를 건너 도착한다. 땅과 바다, 토착성과 외래성이 함께 맞물리며
섬의 질서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삼성신화는 제주다운 건국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高)씨, 제주에 삶터를 세운 이름

고씨는 세 성씨 가운데서도 제주에 삶의 터전을 닦아 나간 의미가 가장 또렷하게 읽히는 이름이다.
고을나는 탐라의 시작을 함께 연 세 시조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해지며, 그의 이름에는 척박한 섬에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 온 시간의 감각이 겹쳐 있다.
성산일출봉의 붉은 빛이 바다를 물들일 때,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소원을 빌고, 불꽃이 터지며 새로운 해의 이름을 부른다.
그래서 고씨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성씨의 기원과 함께 제주에 정착의 기반이 놓여 가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거친 바람과 돌 많은 땅을 견디며 삶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단순히 머무는 일이 아니라 터전을 세우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씨는 탐라의 시작을 이루는 세 이름 가운데서도, 제주를 ‘살아가는 곳’으로 바꾸어 간 개척과 정착의 상징으로 읽힌다.

양(梁)씨, 탐라의 첫머리를 여는 이름

양씨는 탐라라는 거대한 서사의 첫 문장을 장식하는 이름으로서, 섬의 기원을 알리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닌다.
삼성신화의 문헌 기록에는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의 순서가 나타나며, 오늘날 제주 양씨는 이 양을나를 시조로 삼고 있다.
또 신화 속 표기가 본래 ‘良’으로 전하고 뒤에 ‘梁’으로 바뀌어 이어졌다는 점도 양씨만의 독특한 맥락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양씨는 단순히 삼성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탐라의 시작을 가장 먼저 열어 보이는 이름처럼 다가온다.
제주 건국 서사의 첫 장면에서 가장 앞에 놓인 이름이라는 점에서, 양씨는 섬의 기원을 알리는 상징적 문장과도 같은 존재로 읽힌다.

부(夫)씨, 공동체의 삶을 이어 가는 이름

부씨는 세 성씨 가운데서도 탐라의 생활과 공동체의 지속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부을나는 탐라의 시작을 함께 이룬 세 시조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해지며, 제주 부씨의 시조로 여겨진다.
관련 전승에서는 세 시조가 혼인을 맺은 뒤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자손이 번창했다고 전하는데,
이 흐름 속에서 부씨는 삶이 이어지고 공동체가 자리 잡아 가는 의미와 가깝게 닿아 있다.
그래서 부씨의 유래는 단순히 한 인물의 계보를 넘어, 제주의 일상이 축적되어 가는 시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밭을 일구고 계절을 건너며 삶을 이어 가는 과정 속에서, 부씨는 탐라가 하나의 생활세계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이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씨와 양씨, 부씨의 이야기는 결국 서로 다른 세 갈래가 아니라 하나의 시작으로 만난다.
땅에서 솟고, 바다를 통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섬에 삶의 질서를 세운 이야기.
탐라국 건국 신화 속 삼성씨는 제주 사람들의 성씨를 설명하는 전설을 넘어,
제주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열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서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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