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리 조개체험장을 지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오른쪽에 식산봉이 보인다. 식산봉 앞쪽 오조포구 옆에서는 ‘엉물’이라는 샘이 있었다고 전해져오는데, ‘엉물’은 제주 말로 ‘바위그늘’이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바위그늘 밑에서 샘이 솟았다고 한다. 현재 많은 것이 변해서 마을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짐작만 가능했다. 엉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엉물 주변 오조포구 일대는 드라마 촬영을 할 정도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오조포구를 지나 마을 깊숙이 들어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오조리 용천수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족지물’을 만날 수 있었다. 족지물은 가장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용천수로 지금도 용출량이 많아 주민들이 잘 이용하고 있다. 윗쪽은 여탕, 아래쪽은 남탕으로 구분되어 있고, 맨 위쪽은 채소를 씻거나 음용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복원하면서 남탕과 여탕의 중간에 높은 돌담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 족지물이 나오는 주변을 족지동네라고 부를 정도로 족지물은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옛날처럼 자주 이용하지는 않지만 마을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여름철 피서지와 쉼터가 되고 있다. 맑은 물에 살짝 손을 담그니 시원함이 온 몸에 퍼졌다.
오조리 바닷가에 있는 주군디물과 수전 일대의 용천수는 양이 많지 않지만 다양한 식생이 자라고 있는 곳이었다. 옛날 오조리 마을에 군대가 주둔할 당시 군인들이 이 샘의 물을 사용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전은 수전소(水戰所), 즉 수군 기지를 의미한다. 주군디라는 이름은 주군지(駐軍地), 주군대(駐軍隊)의 변형이다. 한자로는 주군지수(駐軍地水)라고 표기한다. 지금은 바닷가 부근에서 자라는 희귀 식물인 ‘황근(노란무궁화)’ 자생지이자 상록 활엽수림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7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조리마을은 용천수 탐방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용천수의 흔적을 좇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고, 오조리 앞바다에도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며 그 아름다움에 더해지고 있었다. 과거 용천수가 소중했던 만큼 남은 용천수도 오래도록 잘 지켜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