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란 무엇인가요? 채식주의자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채식주의는 인간이 붉은색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고 대신 채소, 과일, 견과류, 콩, 콩나물, 버섯 등의 식품만을 먹는 식생활을 의미합니다. 육고기는 배제하고 생선과 계란, 우유 등은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을 가장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라고 보고 있고, 동물성에서 채취되는 모든 것-즉, 생선알, 벌꿀 등까지 모두 배제한 경우 비건(Vega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비건은 단순히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물성에서 추출한 성분이 포함된 물품(가죽, 모피 등)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등의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건과 기후위기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요?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생태적 한계를 정량화해 2009년 ‘지구위험 한계선’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지구의 안전을 평가하기 위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산림 등 땅 △담수 △비료 사용 등으로 유발되는 생물지구화학 흐름 △미세플라스틱·핵 등 ‘신물질’ △바다의 산성도 △대기질 △오존층 등 9개 항목에 대해 평가했는데요, 올해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생물 다양성·토지 변화·담수 변화·질소와 인의 부영양화·새로운 화학물질 등 6가지가 위험 한계선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덴마크·독일 등 8개국 29명의 과학자가 2000건 가량의 연구를 토대로 지구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 결과(2023.9.13.)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실행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얻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거든요. 처음엔 주변인을 상대로 전파를 하다 2019년부터 단체를 결성해서 좀 더 본격적으로 비건, 채식을 알리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되면서 단체의 활동도 훨씬 다양해지고 참여 인원도 증가하게 되었는데요. 제주비건위크와 같이 일반인이 참여 가능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교육청과 함께 친환경급식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건에 대한 생활방식을 조례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고요.
조례화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미 채식이 안정적으로 자리해 있는 유럽의 경우에는 조례를 통해 채식권을 보장하고 있어요. 채식선택권을 조례를 통해 보장하고 ‘주 1일 채식의 날’을 제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0년 들어 학생들의 채식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긴 합니다. 급식에서 채식 선택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를 조례화한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 어느 정도의 의무를 부여할 수 있고, 또 도입의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게 됩니다.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교육이나 강연은 학교와 학부모의 요청에 의해 이뤄집니다. 지나치게 육식을 지향하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우려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성장기의 아이들이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죠. 학생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습니다. 저희가 교육을 나간 날 급식은 잔반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당장에 식습관을 바꾸는 일은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해준다면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비건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 지구를 이루는 일부분일 뿐이죠. 지구의 모든 구성원이 조화롭게 살아갈 때 건강한 지구가 지속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건의 핵심은 그래서 ‘생명권’에 있습니다. 과도한 육식의 소비를 뒷받침해주기 위해서는 대규모 농장식 축산이 갖춰져야 합니다. 한 해 750억 마리의 동물이 우리의 식생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동물복지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신 건가요?
모두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권 안에 동물권 역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육식을 하지 않는 것에는 동물들의 불필요한 죽음을 막는다는 의의를 가지고, 동물의 생명권을 보장한다는 것에는 함부로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힘이 있죠. 결국 살아 있는 모든 구성원이 강제적인 폭력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생애를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비건이 지향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올해 친환경급식 20주년을 맞이했어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긴 하지만 계속해 나가다보면 분명 좋은 방향으로 이어져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해오고 있는 채식교육이나 비건위크, 비건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더 시민들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변화하고 의식이 바뀌다보면 건강한 삶,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