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제주 나들이

흐르는 물 따라 떠나는 제주 여행표선면 토산리에서 남원읍 넙빌레물까지
제주에는 물을 둘러싸고 있는 전설도 많고 얽힌 사연 또한 많다. 제주인에게 물은 어떤 의미였을까?삼다소담 리포터즈가 발로 뛰어 찾아낸 제주의 물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사진 전순정, 참고자료 제주 용천수이야기, 남제주 생명의 원천 용천수를 찾아서, 제주올레 등
삼다 제주흐르는 제주 나들이 인쇄

토산봉 기슭에 두고 솟아난거슨새미물

처음 찾아간 곳은 표선면 토산리 마을이었다. 토산리는 거슨새미와 노단새미라는 용천수가 있다. 거슨새미는 용천수가 한라산을 향해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서 붙여졌고 노단새미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순리대로 흐른다고 붙여졌다. 거슨새미물을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토산봉 주변에 있다는 말만 듣고 찾아가던 중, 나무판자에 써 놓은 반가운 거슨새미 화살표를 따라 내려갔다. 거슨새미의 물은 상수도시설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가시리, 세화리, 신흥리 등 세 인근마을의 중요한 생활용수로 사용되었으며 당시 토산리에서 유일하게 논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예전 논농사를 재현해 물통을 일곱 칸의 계단식 다랭이 논 형태로 만드는 등 비교적 잘 복원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허벅과 물구덕도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거슨새미물 계단식 물통과 아래쪽 입구
↑ 거슨새미물 계단식 물통과 아래쪽 입구

즐거운 웃음소리 넘치던 빨래터,노단새미물과 산열이통

↓ 노단새미물
노단새미물

영천사 남쪽, 토산리의 또 다른 물줄기는 ‘노단새미물’이 바르게 흐르고 있다. 용천수에서는 여름에는 차가운 물이, 겨울에는 따듯한 물이 솟아 나온다고 한다. 곶자왈 숲 온도처럼 사계절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니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의 차이였을 것이다. 노단새미에서는 주로 빨래를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 그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 않고 잉어들이 용천수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그 옛날 노단새미물가에 앉아 빨래를 하며 함께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던 토산리 어르신들이 상상이 되어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용천수의 이름은 참 재미있다. 그 이름을 살펴보면 용천수의 모양과 위치, 쓰임새, 용천수의 양과 질을 추측할 수 있다. 산열이통은 바다와 인접한 암반에서 솟아난 물로 마을 사람들이 여름철에 열을 식히고 땀띠를 없애는데 이용되었던 물이었다. 직접 물을 만져보니 정말 차가웠고 바다 한가운데서 물을 맛보니 용천수가 용출되는게 분명했다.

산열이통
↑ 산열이통

마을의 자랑이었던 태흥3리 개맛물(개맡물)

태흥3리 덕돌포구 앞에 용천수였음이 추정되는 곳이 보였다. 하지만 아무런 표지판을 찾지 못해 주변에 삼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삼촌! 덕돌포구 앞 용천수 이름이 뭐예요?” 포구 앞 용천수의 이름은 산물이라고도 불렀지만 개맛물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개맛은 포구라는 제주어로 ‘포구 앞에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이 물 덕분에 태흥3리라는 마을도 생겼으니 마을사람들에게는 자랑거리이자 고마운 물이었다고 한다. 요즘 서울에 지하철역 부근이 살기 좋은 것처럼 옛날에는 용천수가 가까운 곳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을까?

개밑물
↑ 개밑물

최고의 피서지,남원 위미리 태웃개와 넙빌레물

종정포구라고도 불린 태웃개는 예전에 떼배를 매던 포구였다.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태웃개는 아직도 용출량이 많은 곳이라 간조 때에는 실제로 용천수가 올라오는 것도 볼 수 있다. 식수로도 이용했을 만큼 깨끗한 태웃개 앞바다는 스노클링 포인트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표선, 남원을 통틀어 가장 관리도 잘 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넙빌레물은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는 담수욕장으로 이용한 곳이었는데 최근 동쪽은 여탕으로 서쪽용천수는 남탕으로 정비되어 사용되고 있다. 넙은 넓다는 뜻이고 빌레는 용암이 흘러 비교적 평평하게 쌓인 지형을 말한다. 현무암 암반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수질 좋은 용천수는 식수로도 사용되었으며 부근에 용출하는 곳이 4, 5군데나 된다고 한다.

  • 넙빌레 남탕 ↑ 넙빌레 남탕
  • 넙빌레 여탕 ↑ 넙빌레 여탕
  • 태웃개 입구 ↑ 태웃개 입구

마을 사람들이 사랑한 용천수,고망물

고망물의 ‘고망’은 구멍이라는 뜻으로 바위틈 구멍에서 물이 솟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고망물은 수질은 물론 물맛이 일품이어서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기도 하고 저녁에는 이곳에서 목욕을 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마을 어르신이 오셔서 용천수가 용출되는 곳도 자세히 알려주시며 예전에 고망물이 어찌 사용되었었는지도 말씀해 주셨다. 1940년대에는 이 물을 이용해 소주를 생산하던 ‘황하소주공장’이 있었는데 80대 어르신에게 용천수는 추억거리가 많으신 듯 하다. 그분들에게 용천수는 마을의 보물이자 자랑이지 않으셨을까?

“허벅의 물을 조심스레 항아리에 붓는다. 물허벅으로 고망물을 길어 나르는 일은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여인들의 몫이었다. 이 물로 밥을 지어 식구들 상 차리고 그녀들은 밭으로 바다로 잰 걸음을 옮겼다. 부지런한 여인들로부터 아름다운 위미의 새벽이 열렸다. 이 고망물가에 여인상을 세우는 것도 우리 여인들의 근면하고 강인했던 생활력을 되살려 더 나은 위미의 내일을 가꾸어 가고자 한다.”
- 1999년 12월 위미1리 주민 일동

위미 고망물
↑ 위미 고망물
전순정 곶자왈생태해설사, 삼다소담 리포터즈(도민기자)
전순정 곶자왈생태해설사, 삼다소담 리포터즈(도민기자)
제주 사람이 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제주와 곶자왈을 사랑하며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살고 싶다.
삼다 제주와 함께하는 즐거운 이야기, 삼다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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