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허벅은 제주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허벅으로 물을 긷는 일은 전통적으로 제주 여인 고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허벅은 물 긷는 용도 외에도 각종 씨앗을 보관하고, 술이나 간장 등의 액체를 보관하는 용기로도 사용됐다. 상을 당한 집이 있으면 허벅에 팥죽을 쑤어 담아갔다고 하고, 허벅을 지고 물을 길을 때 허벅을 치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결혼식 같은 경사스런 잔치자리에서도 숟가락으로 허벅의 어깨 부분이나 주둥이를 쳐서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허벅장단’이라고 불렀는데, 허벅 자체의 두께가 얇아서 장단을 치면 청아한 음색이 나온다. 특히 속에 담긴 물의 양에 따라 음의 높낮이와 음색이 달라져 특색 있는 소리를 냈다.
허벅장단은 주로 사설이나 춤과 어우러져 제주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허벅이 사라져감과 함께 사라질뻔한 허벅 문화는 뜻 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60년대에 제주 무용가인 송근우는 물허벅으로 장단을 치고 춤을 추는 제주의 민속을 재현한 ‘물허벅춤’을 만들어 허벅 문화를 보존했다. 춤의 내용은 여성들이 물을 긷는 모습을 중심으로 우물을 오가던 제주 여인들이 허벅을 치며 흥을 돋우고, 등에 허벅을 메고 춤을 추며, 물을 긷고 허벅에 물을 담아 집에 가는 모습 등이 표현됐다. 물허벅춤은 제주의 문화를 잘 나타낸 춤으로 평가받으며 ‘해녀춤’과 더불어 제주의 대표적인 민속춤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