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기점으로 남쪽인 서귀포시는 대체로 온난한 데 반해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는 겨울이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왕국이 된다. 같은 섬 안에서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모습이 신비롭지만 겨울이라면 모름지기 눈 덮인 설원을 꿈꾸기 마련인지라, 자연히 발길은 겨울왕국으로 향하게 된다.
글편집실사진제주관광공사
드라이브 하며 만나는 상고대 절경, 1100고지
눈이 오면 관광객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바로 1100고지이다. 우리나라 국도 가운데 해발 높이가 가장 높은 곳으로, 차를 타고 1100고지를 향해 가는 길목부터 눈 덮인 상고대의 절경이 맞이한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만나게 되는 눈 덮인 한라산의 매력은 덤이다. 1100고지에는 故고상돈 산악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과 그 옆으로 1100고지 휴게소가 위치해 있다. 제주 출신인 산악인 고상돈은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개척한 인물이다. 1100고지 휴게소는 보통 폭설이 내린 2~3일 후에나 접근할 수 있는데, 천연 눈썰매장으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보니 통제가 풀리기 무섭게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휴게소 건너편에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1100고지 습지도 있다. 나무데크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1100고지 휴게소
위치 : 서귀포시 1100로 1555
제대로 된 겨울왕국, 어승생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완만한 산행길이라 꼬마 한라산으로 불리는 어승생은 높이 1,176m로 단일 분화구를 가지는 오름 중에서 가장 높다. 제주의 특산물로 조선시대 이름 높았던 말 중 가장 뛰어난 명마가 탄생하여 ‘임금님에게 바치는 말’이란 의미의 ‘어승생’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어리목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해 어승생악오름 입구로 들어서면 하얀 솜이불을 밟는 듯 푹신한 눈 계단을 오르게 된다.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지만 어리목탐방 안내소가 해발 970m에 위치해 있어 실상 200m마 오르면 정상에 도달한다. 어리목에서 어승생악 정상까지는 왕복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 사이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은 설국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위치 : 제주시 해안동 1100도로 555번지
↑어승생
드넓은 천연 눈썰매장, 마방목지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향하는 제1횡단도로인 5.16 도로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제주마방목지는 1986년 이후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제주 혈통 조랑말들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한라산 초원지대에서 한가롭게 뛰어노는 평화로운 모습을 의미하여 고수목마라고도 불린다. 겨울이면 말들이 마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조랑말의 모습을 볼 순 없지만 드넓은 목지를 하얗게 덮은 설경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이곳은 문화재 보호 구역으로 목장 내부는 출입이 불가하지만 주차장부터 인근 부지가 워낙 넓어 천연 눈썰매장으로도 사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