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장마는 여름 장마처럼 장대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보슬비나 안개비로 찾아온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면 온 사방에 고사리가 지천으로 자라난다고 해서 고사리장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비가 추적추적 오고 난 다음날 새벽 한라산 중산간지역에 가면 비를 흠뻑 맞고 수분을 가득 머금어 통통하고 쑥 올라온 여린 고사리를 딸 수 있다는 것.
고사리는 햇빛을 받으면 금세 줄기가 억세지면서 아기 주먹처럼 웅크린 잎이 펴지기 때문에 식용으로 먹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린 새순이 나온 직후인 아침에 주로 딴다. 야생 고사리는 꺾어도 9번까지 새순이 돋아난다고 하는데, 고사리장마철에는 새순이 더 잘 돋기 때문에 금세 새 고사리를 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4월에 꺾은 고사리는 ‘초물고사리’라고 해서 가장 맛있는 고사리라고 한다.
제주 고사리는 ‘궐채(蕨菜)’라 불리며 임금님에게 진상을 올릴 정도로 쫄깃한 식감과 뛰어난 맛, 향을 자랑한다. 단백질과 영양분이 풍부해 ‘산에서 나는 소고기’로 불리지만 미량의 독성이 있어서 삶거나 물에 우려서 독성을 제거해야 한다.
제주사람들은 고사리를 잘 손질하고 말려서 일년 내내 제사나 명절상에 자주 썼다. 제사나 차례에 고사리탕쉬(잡채)가 꼭 올라가는 것은 물론 고사리고기지짐, 고사리전, 고사리육개장 등 다양한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